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전국위원회 추인 절차 후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원내 지도부는 당내 계파가 아닌 경험을 보고 선임했다고 밝혔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도로 영남당’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 다수인 영남 의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인선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 의원은 오는 26일 상임전국위원회와 30일 전국위 추인 절차를 거쳐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권 의원은 서울 용산에서 5선을 했고,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다.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는 인수위 부위원장과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에 따라 친윤계 색채가 짙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동훈 전 대표가 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이 예고됐다. 비대위의 성격을 두고 혁신형이냐 안정형이냐 설왕설래가 오갔다. 원외 인사인 김재원 전 의원이나 윤희석 전 의원 등판론 등이 나왔으나 선수별 간담회에서 원내 중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안정형 비대위로 의견이 모아졌고, 나경원‧권영세‧김기현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 의견을 추가 취합해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낙점했다. 권 대행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대위는 국정 안정과 화합‧변화라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즉시 투입이 가능한 전력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의원은 리더십을 인정받아 정부와 당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고, 두 차례 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결과로 실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현 상황을 수습할 경험자를 뽑았다는 설명을 내놨다. 박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계파보다는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경험자라는 점에 집중했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 있는 수습”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쇄신이 아닌 ‘영남당’으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권 의원이 수도권 중진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영남권 출신 다수이고, 권 의원 또한 탄핵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또 당내 기득권 세력이 혁신형 지도부가 아닌 안정형 지도부를 뽑아 당내 입지를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에 중심이 된 이들은 계엄 해제에 동참하지 않고 탄핵에 반대했던 대다수 의원”이라며 “이 그룹은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국민 지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다수는 영남권 의원이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는 상황이다. 당이 쇄신으로 방향성을 나아간다면 본인들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그렇기에 당의 쇄신을 원하지 않고 단결과 단합을 위한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될 거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친한동훈계인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완전히 새로워진 보수를 선보이려 했지만 결론은 계엄과 권성동, 권영세, 나경원”이라고 쓴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