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안전성 문제도
올해 이커머스 업계는 ‘알테쉬’로 불리는 C커머스 공습으로 다사다난한 일을 겪었다. 리테일 데이터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2024 모바일앱 총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월평균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2위를 차지했다. 알리는 전년 대비 68% 성장해 월평균 사용자 848만명을, 테무는 179% 성장하며 721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플랫폼인 11번가‧G마켓‧옥션의 경우 사용자가 감소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초저가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린이 제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품에서 발암물질,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KC인증이 없는 위해 제품의 국내 유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강한 반발을 샀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도 극심했다. 알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20억원의 과징금 등을 부과 받았다. 테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쉬인도 개보위가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국내 시장이 C커머스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 온라인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직격타를 맞으며 힘든 한해를 보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폐업 신고를 한 통신판매업체는 모두 7만9857곳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폐업 건수(7만8580건)를 넘어선 수치다.
‘티메프 사태’ 여파…기업회생 절차 돌입
지난 7월에는 사상 초유의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터지며 이커머스 전반의 위기감이 불었다. 판매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금액은 약 1조2789억원으로, 이로 인해 판매 셀러들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었다. 피해 규모는 1조5950억원, 피해자는 50만명에 달한다.
티메프는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법원에 기업회생 및 자율구조조정(ARS)을 신청했고, 절차가 승인되면서 자산 동결 조치가 이뤄졌다. 조인철 법정관리인은 “M&A를 통한 회생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새 인수자를 통해 채무를 변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구영배 큐텐 대표를 비롯한 티메프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내년에 계속될 전망이다.
TV 송출 수수료 난항…초유의 ‘블랙아웃’ 사태
매년 지속된 송출 수수료 협상 난항, TV 시청 인구의 감소 등으로 인한 홈쇼핑 업계의 타격도 컸다.
최근에는 TV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채널 송출 수수료 갈등이 격화되며 ‘블랙아웃’ 사태가 발발했다. CJ온스타일은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에 따라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 3사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홈쇼핑회사가 블랙아웃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정부부처 중재가 이뤄지며 다시 방송 송출은 재개된 상태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방송 매출액은 감소하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의 방송 매출은 총 2조7290억원으로 전년(2조8998억원) 대비 5.9% 줄었다. 영업이익도 전년(5026억원)보다 32.9% 줄어든 3270억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SO에 낸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4년 1조374억원에서 지난해 1조37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만성적인 송출 수수료 갈등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며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을 심의하고 있다.
정부 개입한 ‘배달앱 수수료’ 갈등 파장
올해 배달앱 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갈등도 화두였다. 자영업자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앱들의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배달 수수료율 중재에 나섰다.
결국 115일 간의 협의 끝에 2.0~7.8%의 차등수수료율 적용으로 결론이 났지만,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타결된 최종 상생안이 4개 자영업자 단체 중 두 곳의 동의만 받아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상생안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상위 35% 입점업체에게는 중개수수료 7.8%·배달비 2400~3400원이 책정됐다. 상위 35~80%에 대해선 중개수수료 6.8%·배달비 2100~3100원을, 나머지 80~100%는 중개수수료 2.0%·배달비 1900~2900원이 부과된다. 배달앱들은 차등수수료율 도입에 따라 중개 수수료율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구독 경쟁’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희망퇴직 ‘칼바람’에 휘청인 유통기업
경기 불황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유통업계에선 구조조정의 일환인 희망퇴직이 잇따랐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창사 이래 첫번째 희망퇴직에 이어 12월 두번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SSG닷컴과 G마켓도 지난 7월과 9월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온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면세점도 지난 8월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 10월 법인 설립 이래 사상 첫 희망퇴직을 감행했다.
재계 6위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논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 논란도 하반기 주요 화두로 꼽힌다. 국내 재계 6위권인 롯데그룹은 자금력 문제로 휘청일 수 있다는 지라시가 돌면서 곤혹을 치렀다. 롯데 측은 롯데월드타워를 은행 담보로 내는 등 유동성 강화, 롯데렌탈 매각 등 유동성 개선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롯데는 연말 인사를 통해 신유열 부사장을 승진시키며 ‘3세 경영’ 체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