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3%, 사업계획에 환율 1300원대 적용…대책 마련 필요

대기업 63%, 사업계획에 환율 1300원대 적용…대책 마련 필요

-비상계엄 사태, 미 연준 금리인하 횟수 조정 여파…고환율 유지
-국내기업,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 어려움 호소
-“경기침체 누적, 국내‧외 리스크 충격 겹쳐”

기사승인 2025-01-09 11:06:29
서울 외한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일 오전 9시10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0원 오른 1460.0원에 거래된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와 미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 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며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 시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불과했다.

국내 50대 기업 중 환율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았고, 1300~1350원 범위가 29.6%로 뒤를 이었다. 주요 대기업 10곳 6곳은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각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의 갭 차이가 발생했기에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지난달 18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1450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표결 직후 1470원을 돌파했고, 현재 14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외한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일 오전 9시10분 기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0원 오른 1460.0원에 거래됐다.

대기업의 올해 사업계획 적용환율.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근 환율 상승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가장 큰 어려움은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3.70점)로 꼽았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 증가’(3.30점), ‘수입 결제 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 부담 증가’(2.93점) 등의 순이다.

대한상의는 “전통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환율 수준에 대한 전망은 응답 기업의 44.4%가 ‘1450원 이상 1500원 미만’이라 답하며 현재의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바라봤다. 뒤를 이어 현재 수준보다 소폭 하락한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이란 응답이 25.9%로 높았고, ‘1500원 이상 1550원 미만’으로 전망한 기업도 18.5%로 적지 않았다.

기업들의 환율 불안을 키우는 잠재적 요소(복수응답)로는 ‘국내 정치적 불안정 지속’(85.2%)과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본격 개시’(74.1%)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0%)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기업의 안정성 확보와 긴급대책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는 응답기업의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으로 생산비 증가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국내 대기업의 애로상황.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충격이 컸으나 여진은 비교적 짧았던 반면, 지금의 환율 불안은 경기침체가 누적되어 온 과정에서 국내·외 리스크 충격이 겹친 상황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 기회에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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