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첫 XR(확장현실) 기기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 시제품을 공개했다. 단순히 XR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멀티모달 AI을 기반으로 사용자와 기기 간 상호작용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첫 XR 기기인 프로젝트 무한 시제품을 체험존에 선보였다.
이후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Immersive Solution) 개발팀장인 김기환 부사장은 국내 기자 간담회를 통해 프로젝트 무한과 이에 적용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XR 프로젝트 시작과 중심에 구글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뉴욕에서 구글과 개최한 ‘XR 언락(Unlocked)’ 행사를 통해 XR 전용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은 삼성전자와 구글, 양사의 강점과 노하우를 결합한 협업의 결정체”라며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전문성, 모바일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 오랜 기간 구축된 광범위한 갤럭시 생태계를 바탕으로 실감나는 XR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 입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OS, AI모델, 단말기, 콘텐츠와 서비스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협업은 양사의 협력 사례 중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형태”라며 “삼성전자와 구글이 갤럭시 워치 시리즈를 위해 플랫폼 단계부터 함께한 ‘웨어(Wear) OS’가 성공을 거둔 것처럼 안드로이드 XR도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부사장은 신규 플랫폼의 특장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로 △범용성 △확장성 △멀티모달 AI 기반 상호작용을 꼽았다.
그는 먼저, 안드로이드 XR이 헤드셋과 글래스 등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이 가능한 범용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프로젝트 무한 헤드셋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글래스 형태의 기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XR 생태계 확장을 위해 기존 안드로이드와 XR개발자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존의 모든 모바일 안드로이드 앱을 XR 기기에서 실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풍부한 콘텐츠를 토대로 삼성전자와 구글의 네이티브 앱과 서비스 모두 XR 헤드셋에서 구동되도록 했다. 그는 “‘오픈 XR’, ‘게임엔진 유니티’ 등 다양한 서드파티와 협업해 일상 속에서 뛰어난 사용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멀티모달 AI 기반 상호작용을 플랫폼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 부사장은 “시선 추적, 제스처 등 기존 XR 입력 방식에 더해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 사용자와 XR 기기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플랫폼에 통합된 구글 제미나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답변을 제공받는 등 AI 어시스턴트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프로젝트 무한의 멀티모달 AI 데모 영상으로 설명을 대체했다. 영상 속에서 XR 기기 착용자가 눈앞에 서있는 친구의 착용 유니폼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자 기기는 팀 이름을 안내한다. 이후 해당 팀의 역사, 해당 팀의 홈구장, 홈구장에 쓰여 있는 문구, 홈구장에서 열린 최고의 경기 등 질문을 이어감에도 기기는 막힘없이 착용자와 대화하며 눈앞의 생생한 XR을 소개했다.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친구와 대화(상호작용)를 하는 셈이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 개발 과정의 주요 핵심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꼽았다. 그는 “사용자가 삶 속에서 다양한 멀티모달 AI를 토대로 어떻게 긍정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느냐에 대한 경험이 중점”이라며 “AI 에이전트 등 우리가 모바일에서 활용하는 경험을 어떻게 XR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무한은 방대한 갤럭시 에코시스템의 일부”라며 “다양한 기기 간 연결 경험 제고를 위해 XR과 스마트폰 사용의 시너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헤드셋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헤드셋 형태를 첫 기기로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 부사장은 “최첨단 기술로 가장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뛰어난 디스플레이, 센서와 옵틱 기술, 카메라 등을 통해 가장 고도화된 XR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또,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한 사용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머리 모양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가벼우면서도 균형 잡힌 하드웨어를 구현해 냈다”고 말했다. (새너제이=김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