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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승승장구하던 국내 면세점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판매 부진,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수수료 등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당분간 적자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건 면세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28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조9337억원)보다 11.9% 늘었다. 그러나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023년 22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신라면세점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각각 359억원,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다음달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다른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에 달하는 데다 4분기에도 적자 기조가 지속돼 연간 1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주요 4개 면세업체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을 합치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면세점 실적 부진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있는데다 고환율에 따른 판매 부진, 중국인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 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 내수 침체에 따른 업황 둔화도 여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국내 면세업계의 따이궁 매출 의존도는 70%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 내수 침체와 현지 뷰티 제품 수요가 늘면서 따이궁 활동은 위축됐다. 또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개별 여행객 비중이 증가했는데 2030세대가 주축인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소비 패턴도 옮겨가는 추세다.
이처럼 올해 면세업계 실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리모델링 중인 인천공항 임시 매장이 공사를 마치고 정규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 감면 혜택도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희망퇴직 시행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면세점들의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 일환으로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따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따이궁이 롯데면세점 매출에서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롯데면세점은 따이궁 손절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른 면세점들도 다방면의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개별 관광객 중심의 판매 전략을 세우는데 고심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다. 여기에 고정비를 절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 개선을 꾀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 부문은 예측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소매 위주로 사업을 개편하고 투자비 등 고정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호텔 부문은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도 개별 관광객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캐세이 퍼시픽, 남방항공 등의 항공사에 이어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제휴를 맺으며, 개별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면세 쇼핑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온라인 채널에 주력할 계획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반 백화점과 가격 차이가 꽤 났었지만 이제는 환율이 많이 올라 면세점의 가격 메리트가 없어 구매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과거 온라인 면세 구매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해 내외국인 구매가 많았지만 그런 경향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중국에서도 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쇼핑을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개별 관광객 단위의 업황 변화와 트렌드를 고려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타개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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