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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정치인 체포지시’ 메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흔들고 있다. 홍 전 차장의 메모를 두고 ‘신빙성’ 문제가 언급되면서 야권 결탁설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그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1964년생으로 대한민국의 군인 출신 정보공무원이다. 육군사관학교 43기를 졸업해 미국 보스턴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군 복무시절엔 제707특수임무대대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해 대테러 작전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차장은 40여년 간 블랙요원으로 활동했다. 블랙요원은 신분을 숨기고 첩보활동을 하는 요원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분이 드러나 대북 관련 활동을 불가능해진 홍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영국공사로 활동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정원 1차장으로 임명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야권 결탁설’에 휘말린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서 ‘7차례 인사청탁’을 했다는 주장과 메모 신빙성 문제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정부에서 국정원장과 국정원 1차장을 역임한 박지원·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7차례 인사청탁 문제에 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가 핵심적인 문제로 급부상한 것은 ‘정치인 체포’ 내용 때문이다. 이 메모의 신빙성이 확보되면 내란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홍 전 차장의 메모 신빙성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메모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민주당의 탄핵이 기획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홍 전 차장과 야권의 결탁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기획탄핵설’을 두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내란수괴와 야합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헌재 협박은 반국가세력이 할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메모 신빙성·야권결탁설 공방에 홍 전 차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빨갱이를 때려잡는 게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이라며 본인의 정치인 체포 지시 폭로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걸 경계했다.
홍 전 차장과 통화한 인물을 통해 그의 정치성향을 밝히는 말도 나왔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같은날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최근 홍 전 차장과 통화한 사람을 알고 있다. 홍 전 차장은 문 정부라고 하면 ‘이를 간다’고 할 정도”라며 “민주당과 결이 다르고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야권 결탁설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자존심을 상해하고 기분 나빠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홍 전 차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과 ‘야권결탁설’을 두고 그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홍 전 차장은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를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같은 날 쿠키뉴스에 “(홍 전 차장은) 정치권이 아닌 본인이 판단해서 자신이 한 점 의혹이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본다”며 “자신의 주장이 명백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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