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수면장애 환자 우울증, 파킨슨병, 치매 위험 커져 [건강 나침반]

‘잠이 보약’ 수면장애 환자 우울증, 파킨슨병, 치매 위험 커져 [건강 나침반]

글‧김진희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

기사승인 2025-02-20 11:42:07

불면증이라고 하면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오래 뒤척이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불면증은 잠들기가 어려운 입면 장애와 잠은 들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유지 장애도 포함한다. 밤에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주간 시간에 피곤하고 졸립지만 같은 날 밤에는 또다시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되어 낮 동안 졸음, 피로감, 의욕 상실을 초래한다.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뇌는 매우 활동적이다. 건강한 수면을 취하느냐 아니냐는 신체적 건강 외에도 정신적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건강하지 못한 수면은 △인지능력 저하 및 기억력 감퇴 △면역력 감퇴 △어지럼증과 두통 빈도 증가 △불안감, 우울감 증가 △정신착란 등을 초래한다. 반면 건강한 수면을 취하면 삶의 활력, 집중력 증가, 기억력 향상, 심리적 안정감이 유지된다. 불면증은 환경 변화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으며 증상이 악화되며 불면증 자체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우에도 신경계가 긴장해 불면증이 지속될 수 있다.

만성적 불면증은 적어도 1개월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한 낮 동안의 피로감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진단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약 15~20%가 만성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른 질환과 동반되는 불면증을 ‘이차성 불면증’으로 부르는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일주기성 수면장애와 같은 다른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이 동반된다. 또한 렘수면 행동장애,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과 질환도 불면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관절염과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에도 잠을 자다가 자주 깬다.

불면증이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주간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에게서 잠꼬대나 수면 중 이상행동이 많아진다면 치매나 파킨슨병 전조증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잠잘 때 코를 고는지, 숨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도움이 많이 되며 수면검사 등이 원인을 찾는데 필요하다.

수면검사는 하루 밤을 검사실에서 취침하는 검사로 수면 중 뇌파, 안구운동, 근육의 움직임, 호흡, 심전도를 포함한 신체기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수면무호흡증, 주간 졸음증, 아침에 발생하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이유 없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필요 시 시행한다.

불면증은 단순한 수면부족 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과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치매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는 것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불면증은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만성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질환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도 불면증, 주간졸림증 등을 경험하며 항파킨슨병 약물의 부작용도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야간 수면장애는 낮 동안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고 시설 입소를 앞당기는 중요한 증상이다. 수면 부족과 불면증이 일상화되어있는 현대 사회에서 잠을 잘 자는 것은 질병 예방에도 중요하다. 한 달 이상 불면증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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