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Inc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유통 강자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이는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지 불과 14년 만에 이룬 성과다. 쿠팡을 대표하는 로켓배송을 비롯해 와우 멤버십 확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 등에서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을 제친 쿠팡은 올해도 지속적인 투자로 성장 가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쿠팡, 창립 14년 만 연매출 40조 신화
쿠팡Inc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을 기록하며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13년 4778억원에서 무려 86배 뛰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23억원(4억3600만달러)으로 전년(6174억원·4억7300만달러)과 비교해 2.4% 감소했다. 첫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으나 이익 규모는 다소 줄었다. 지난해 2분기 공정위가 명령한 과징금 1628억원과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회계상 비용(약 401억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내수 부진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5년 처음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뒤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 2020년 13조원을 차례로 달성했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쇼핑몰이 전성기를 맞으며 2021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30조원 선도 넘어섰다. 이는 2년마다 매출이 1.5∼2배로 뛴 것으로,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0% 이상이다.
쿠팡은 연결 기준 롯데쇼핑(13조9866억원)과 신세계그룹(35조5913억원)의 전체 매출도 추월했다. 국내 대표 테크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10조7377억원), 카카오(7조8738억원)를 합친 매출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 순위로는 30위권 수준이다.
매출 일등공신 ‘로켓배송·와우멤버십’
쿠팡의 이같은 성공에는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이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가운데 182곳(70%)이 로켓배송이 가능한 권역이다. 쿠팡은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해 전 국민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강력한 고객 기반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2020년 1485만명에서 2024년 2280만명으로 증가했다. 2019년 출시된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2023년 기준 1400만명에 달했다. ‘로켓와우’ 유료 멤버십은 출시 1년 만에 600만명의 회원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8월 멤버십 가격을 인상했지만 고객 이탈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사업 확장도 성장을 견인했다. 2022년 대만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며, 지난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파페치는 지난해 4분기 418억원(3000만 달러)의 EBITDA 흑자를 기록하며, 인수 1년 만에 사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55조861억원으로 네이버와 G마켓(지마켓)을 합산한 수치보다 많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242조897억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거래액은 직매입 매출에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장터) 거래액을 합산했다.
올해도 20% 성장세 전망…C커머스 등 극복 과제도
쿠팡은 올해도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혁신과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네트워크에 활용되는 로보틱스부터 매일 수조 건의 예측을 수행하는 AI는 다음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수익 확대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주주의 지속적인 가치를 구축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체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올해도 20% 수준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납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범위내인 20% 수준으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 1분기도 약 20%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쿠팡의 독주가 계속되기 위해선 극복 과제도 존재한다. 쿠팡과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네이버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진출 확대와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7일 배송 시행으로 인해 배송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 기사의 근로 조건 등 다양한 이슈도 산적해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가진 자체 물류 시스템 등의 강점으로 로켓 배송을 통한 시장 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쿠팡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