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상반된 배당 전략을 펼치고 있다. 씨티은행은 556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전액 본사로 송금하며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도 국내 배당을 하지 않아 상반된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기준 약 5560억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10월 중간배당 4000억원과 결산배당 1560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다음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정한 뒤 4월 중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결산배당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결산배당액을 보면 2020년 465억원, 2022년 723억원, 2023년 1388억원이다. 이 배당금은 전액 미국 본사로 흘러간다. 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이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씨티그룹의 해외 금융투자를 위해 설립된 계열사로, 지분율은 99.98%에 달한다.
반면 신한은행은 해외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달성했지만 배당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연간 순이익은 7336억원으로, 전체 신한은행 순이익(3조6954억원)에서 약 20%를 차지하며 높은 순익 기여도를 기록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이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 자회사로, 2009년 호치민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해 설립됐다. 2017년에는 ANZ의 소매사업부문을 인수해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1위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4% 늘어난 26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 송금된 배당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씨티 ‘투자보다 회수’ vs 신한 ‘해외시장 지배력 강화’
다른 듯 닮은 두 은행의 배당 전략이 상반된 이유는 무엇일까.
씨티은행의 배당 결정은 ‘자본 효율화’ 기조와 맞닿아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사로 집중해 자본 확충과 주주 환원에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2021년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한 이후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에는 7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46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순이익이 277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매시장마저 철수한 마당에 국내에선 추가적인 투자나 시장 확장이 무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간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주주환원책을 확대하는 기조 속에서 지분율과 연계된 배당 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국부유출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주주가 있는 기업으로서 배당이 당연한 의무라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국내외 규제 기준과 당행의 재무적 안정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배당성향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배당 이후에도 BIS 비율은 감독당국의 요건을 대폭 상회해 충분한 유동성, 대손충당금 및 자본 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해외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지배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직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해외법인으로부터 무리하게 배당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1위 사업자로서 베트남 시장에서 발생한 당기순이익을 현지 시장에 재투자하고 자본 확충에 활용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법인의 국내 배당은 성장성, 자본효율성, 현지자본시장 환경 등을 감안해 검토해야하는 사항이며 국내로의 배당계획을 사전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감독과 협력 관계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 내 은행 설립 요건에는 △국제적 신인도 △베트남 법규 위반 여부 △베트남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여부 등 주관적 판단 기준이 포함돼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배당 인허가 역시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베트남이 공산국가이기도 하고, 선진 금융화를 추진하는 신흥 시장이지 않나”라며 “배당보다는 현지 재투자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국부 유출이 어렵도록 법령을 짜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