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일으킨 필수의료 의사, 중과실 없으면 ‘불기소’ 추진

의료사고 일으킨 필수의료 의사, 중과실 없으면 ‘불기소’ 추진

환자·의료진 합의 시 ‘반의사 불벌’ 인정
사망사고·필수의료 한정…미용·성형 제외
의료사고심의위, 과실 여부·정도 판단

기사승인 2025-03-06 12:14:56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응급 분만 같은 필수의료 분야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의료사고를 일으켜도 처벌을 받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필수의료 진료 중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 전원이 합의하면 형사 처벌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된다.

6일 정부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일환으로 의료진의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형사·배상체계 개선을 추진했다.

현재는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이 의료인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환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 의료인을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 소송이나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 등이 잦아 의사들이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근무를 기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사고를 내도 의료진의 잘못이 ‘단순 과실’로 인정되면 기소를 자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의료사고 처벌 여부를 환자의 상태 등 결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의사의 과실 여부 등 의료사고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 중상해 사건이라도 환자와 의료진 간 합의가 이뤄지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반의사 불벌’을 폭넓게 인정할 예정이다. 사망사고의 경우는 필수의료에 한해 유족 전원이 의료인을 처벌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족이 합의하지 않더라도 진료의 긴급한 정도와 사고 이후 의료진의 구명 노력 등을 감안해 형을 감경·면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반면 미용·성형처럼 생명과 무관한 비필수 진료는 단순 과실이라도 면책되지 않는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의사가 수술 부위 착오, 수혈·투약 실수, 일회용 의료용구 재활용 등 중과실을 저지르면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료진 과실 여부와 정도는 의사, 법조인, 환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 환자가 의료사고로 의사를 고소·고발하면 검찰·경찰은 30일 안에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심의위는 150일간 해당 의료 행위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의사 과실이 얼마나 중한지 판단하게 된다. 필수의료 진료에서 단순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결론 나면 수사기관은 기소를 자제하고 수사를 종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심의위가 수사와 기소 여부를 가르는 핵심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적 배상체계 강화 방안으로는 전체 병·의원에 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가입률은 의원 33%, 병원·종합병원 35.6%에 불과하다. 정부는 배상액 규모가 1000만원 미만인 소액 사건에 대해선 보험사나 공제회의 자체 심사를 통해 30일 내 신속 배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난해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 국가 보상금 한도를 3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올린 것을 중증 응급·소아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나 가족에게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유감 표명을 의무적으로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의료진의 사과 또는 유감 표시가 추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사망이나 중상해 사건에선 피해자와 가족들의 조정 등 준비 절차를 지원하는 ‘환자 대변인’을 둔다.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소모적 소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토론회와 각계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하고 의개특위 논의를 거쳐 실행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국회 논의 및 입법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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