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8명, 10년 새 두 번째 증가폭…‘위태로운 선택’ 다시 늘었다

하루 38명, 10년 새 두 번째 증가폭…‘위태로운 선택’ 다시 늘었다

생명존중시민회의, 31일 ‘자살대책 팩트시트’ 발표
“국가 및 지역사회 차원 적극적 개입 이뤄져야”

기사승인 2025-03-31 10:42:25 업데이트 2025-03-31 10:44:11
생명존중시민회의 제공

2023년 자살자 수가 8.5% 늘면서 10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31일 국내외 통계자료들을 분석해 만든 ‘2025년 자살대책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자살대책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8.3명에 달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7.3명, 전년 대비 2.2명(8.5%) 증가했다. 2011년 이래 2018년 9.5% 증가에 이어 지난 10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20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24.1명으로 OECD 국가 42개국 가운데 1위다. OECD 자살률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5.8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그린란드(59.6명), 가이아나(31.3명), 리투아니아(27.9)명에 이어서 4번째다. 러시아(24.1명), 수리남(23.6명)이 뒤를 잇는다. 

경찰청의 자살 원인 분석에 따르면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은 2023년 3656명으로, 자살 원인의 25.9%를 차지한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은 2021년(3190명, 24.2%), 2022년(2868명, 22.5%)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40대, 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2023년 기준 50대 사망원인의 11.1%, 40대 사망원인의 23.4%, 30대 사망원인의 40.2%, 20대 사망원인의 52.7%, 10대 사망원인의 46.1%를 자살이 차지한다.
 
1만8449가구 3만530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사회조사 결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사람은 4.8%에 달한다. 이는 2년 전보다 0.9% 감소한 것이다. 

여자가 5.9%로 남자(3.7%)보다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의 이유는 신체·정신적 질환, 우울감, 장애(37.2%), 경제적 어려움(25.8%), 직장문제(11.2%), 외로움·고독(9.0%), 가정불화(8.0%) 순이다.

자살 충동 이유로 10대는 학교성적과 진학문제, 20~30대 및 50대 이상은 질환․우울감․장애, 40대는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였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경제적 압박, 학업 스트레스, 정신 건강 치료 시 낙인에 대한 과도한 우려, 미디어의 영향, 문화적 역동성, 법 제도의 미비 등 여러 요인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자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신건강 차원의 접근이 아닌 국가 및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자살대책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범국가적인 자살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면서 “국격의 회복을 위해 개인의 정신건강 위주의 자살 예방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문화적 차원의 자살대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명호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이나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유해 정보들을 차단하도록 의무화 포털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는 입법이 논의만 무성할 뿐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법 제도 정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문제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17개 시도지사와 229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살 예방 예산과 조직을 갖춰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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