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결론을 짓지 못한 채 4월을 맞게 됐다.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게 평의를 이어가면서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헌재의 선고기일 연기에 따라 국민들의 사회적 피로도와 불만도 커지면서 헌재에 대한 신뢰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 절차를 마친 이후 35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63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92일) 당시와 비교해도 결론 발표 지연으로는 헌정 사상 최장 기록이다.
이같은 여파로 헌재에 대한 신뢰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탄핵 심판 과정을 두고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신뢰한다’(53%)는 응답이 약간 우세하긴 하지만, 국민 10명 중 4명은 헌재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셈이다.
헌재 선고가 4월로 미뤄지면서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일주일 전에 비해 7% 가까이 하락했다. 응답자의 40%는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헌법재판관들의 퇴임이 변수로 꼽히면서 선고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인 4월 18일 전후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선고가 내려져도 그동안의 과정에서 쌓인 혼란과 헌재에 대한 신뢰 회복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가장 신뢰를 많이 받는 국가기관임에도 재판관들의 정치 편향성으로 인해 헌재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윤 대통령의 변론 절차에서 보면 증인 심문 절차가 졸속으로 운영되며, 변론 종결 이후에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며 “4월18일에 선고를 안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어, 얼마나 헌재에 대한 신뢰가 낮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도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신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4월18일에 선고를 못하거나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헌재 신뢰도는 20~30%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헌재는 국민이나 시민사회에서 지지해주지 않으면 힘든 기관이다.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이미 국민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헌재의 권한을 잃게 될 것”이라며 “탄핵심판을 헌재에 두지 말자는 국민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헌재의 선고기일이 지연되면서 탄핵 찬반 세력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난해 12월부터 탄핵 찬반 양측은 매주 집회·시위를 열고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경찰의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지난 29일 전국적으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규모는 총 4만100여명, ‘탄핵 찬성’ 집회 규모는 최대 1만9600여명으로 집계됐다.
자유통일당 주최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최대 3만명이 모였고,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전국 9개 지역에서 개최한 탄핵반대 집회에는 9600여명이 참석했다.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 행사에 1만명이, 촛불행동에서 2000명, 민주노총에서 5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 선고가 미뤄지며 경찰들도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헌재 인근에 펜스와 차벽을 설치하고, 지방 기동대를 매일 서울로 차출 중이다. 선고 지연과 집회 장기화로 인해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탈진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