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해외 진출 가속화…‘적자 기업’ 꼬리표 뗄까

의료AI, 해외 진출 가속화…‘적자 기업’ 꼬리표 뗄까

기사승인 2025-04-02 06:00:05
의료 인공지능(AI) 업계가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료 인공지능(AI) 업계가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해외시장 진출 속도를 높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뷰노 등 의료 AI 상장 기업들이 최근 전문가를 영입하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등 해외 진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 AI 분야는 10여년 전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의료기기 시장에 붐을 일으켰지만,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적자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들은 올해 해외 성과를 도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루닛은 지난 27일 제1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준표 SBVA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SBVA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창업투자회사로 루닛, 당근, 하이퍼커넥트 등 다양한 기업을 발굴하며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를 운영한 이 사외이사는 AI,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꼽힌다. 루닛은 이 사외이사에 대해 “글로벌 AI 기업들의 성공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루닛은 이번 사외이사 선임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이 사외이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AI 산업에 대한 통찰력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루닛 관계자는 “이 사외이사의 경험이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글로벌 성장 전략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루닛은 해외 기업 인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닛은 지난해 5월 약 2600억원을 들여 미국 유방암 진단기업 볼파라를 인수했다. 볼파라는 미국 내 200곳 이상의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루닛은 이 유통망을 활용해 병리진단 AI ‘루닛 인사이트’와 AI 기반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인 ‘루닛 스코프’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실적도 증가했다. 2023년 251억원에서 2024년 541억원으로 2배가량 매출을 늘렸다. 특히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올해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갖는 협업, 미국 국가암검진 사업 등을 통해 해외 시장 판로를 확장할 예정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주총에서 “볼파라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루닛 인사이트의 판매량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루닛 스코프의 실적도 2~3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매출 목표는 8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매출액보다 약 47% 증가한 금액”이라며 “2026년 4분기에는 영업익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뷰노의 경우 심정지 예측 솔루션인 ‘뷰노메드 딥카스’ 같은 생체신호 제품군을 필두로 예방의료 AI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상반기 중 뷰노메드 딥카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내, 이를 바탕으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뷰노의 매출은 2021년 22억원에서 2024년 259억원으로 약 10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적자를 기록해왔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뷰노가 FDA에 임상 결과를 제출하고 510(k) 동등성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내에서 딥카스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고, 미국 시장에 진입해 수가가 적용되면 가까운 시일 안에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뷰노는 FDA 승인을 받은 이후 미국에 보험 수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하티브 P30’의 매출 상승도 예상된다. 하티브 P30은 AI 진단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던 뷰노가 야심차게 출시한 가정용 기기다. 이 제품은 이달 24일 유럽 의료기기(MDR) 인증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또 이달에는 병원 전용 키오스크 제품인 ‘하티브 K30’을 출시해 의료기관, 검진센터, 공공기관 등 유통망을 넓힐 예정이다.

뷰노 관계자는 “MDR 획득을 통해 유럽에서 하티브 P30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유럽 시장에서 다양한 영업·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며, 미국 진입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생체신호와 의료 AI 사업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목표인 올해 분기 기준 흑자와 2025년 연간 흑자 달성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AI 솔루션’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잇따라 인허가를 획득하며 매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5개, 미국에서는 7개 솔루션의 인허가를 확보했다. 특히 일본에선 두각을 나타내는 뇌졸중 특화 AI 기업이 없다는 점을 노려 시장 선점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현지 의료기관 협업은 물론, 의료기기 전문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일본 내 공급망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더불어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보험 수가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3분기 ‘JLK-LVO’의 보험 수가 획득을 목표로, 3개의 글로벌 컨설팅사와 계약해 보험 트랙 선정을 완료했다. 이어 거점병원 계약을 체결한 12개의 미국 대형병원과 그 산하 의료기관 등을 기반으로 4분기까지 200개 병원에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일본에서 패키지 형태의 솔루션 구독 모델로 사업화를 진행 중”이라며 “일본 시장에서는 패키지 솔루션 판매가 개별 판매보다 유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아지는 만큼 빠른 수익화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보험 수가를 적용하면 기관당 연간 12만 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제이엘케이의 해외 매출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며 영업익 적자를 만회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92억7000만 달러(약 26조원)에서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4년 6130억1000만 달러(약 8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 진입, 의료비 절감 필요성,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 요구 등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AI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선두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의료 AI 산업에서도 가시적인 매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궁극적으로 AI 산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해외 현장에서 잠재적 투자자와 파트너링 기업, 산업별 바이어 등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지원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