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블랙리스트’ 돌리고 복귀 가로막고…“강력한 제재 필요”

‘의료계 블랙리스트’ 돌리고 복귀 가로막고…“강력한 제재 필요”

‘메디스태프’ 내 불법행위 만연…방심위, 시정 요구
동료 괴롭히며 비방…‘조리돌림’ 사건만 78건
교육부 “의대생 힘들어…메디스태프 폐쇄해야”

기사승인 2025-04-01 13:26:41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불이 꺼져있다. 곽경근 대기자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로 돌아온 가운데 등록 마감 기간 중에도 의사·의대생 익명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이들의 복귀를 막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집단행동 동참을 요구하며 동료들을 갈라치기 하고, 온라인상에 불법적으로 신상을 유포하는 행위 등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혐오와 폭력: 메디스태프 내 불법행위, 해법은?’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메디스태프 규제 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의료계 익명 커뮤니티로, 작년 의정갈등 사태 초기부터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공의 집단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한 이른바 ‘전공의 행동지침’ 게시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참의사’라고 조롱하고, 밤새 당직을 서는 교수에 대해선 욕설과 함께 ‘씹수’라는 비하가 줄을 이었다. 또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일선 병원에 투입하자 한 이용자는 ‘차출 군의관·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글을 올려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했다.

무분별한 인신 공격과 신상 유포 등으로 전공의·의대생이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신고센터를 가동했지만, 불법적인 행위는 계속됐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명단이 적힌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제작·유포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메디스태프에선 “조선인이 응급실에서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생길 것”이라는 도 넘은 발언도 나와 국민적 반감을 샀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를 괴롭히고 비방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세우고 경찰에 적극 수사를 의뢰했다.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료인들에 대해선 최대 1년간 면허자격을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최근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메디스태프에 대한 시정 요구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의대생의 학습권 등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는 지속적으로 삭제하고, 게시판 등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혐오와 폭력: 메디스태프 내 불법행위, 해법은?’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신대현 기자

방심위는 사이버 폭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최근 사이버 폭력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을 마련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권익 침해나 불법 정보 유통, 사이버 폭력 등을 겪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찰과 협력해 의대생·전공의 보호에 힘쓰겠다고 했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지난 3월에도 메디스태프에서 삼성서울병원 전공의와 펠로우(전임의)의 실명을 공개하고 조롱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같은 메디스태프 내 전공의 신상 공개 및 불법 게시글 작성에 대해 총 71건을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를 향해선 메디스태프의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신 과장은 “방심위가 메디스태프에 시정 요구를 했지만 얼마나 어떻게 지켜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사이트가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까 운영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앞으로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될 수도 있다”면서 “부적절한 게시물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메디스태프에 대한 방통위의 강력한 추가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박치면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서기관은 “의대생들은 자기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한다. 현재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훨씬 많다”면서 “방심위의 시정 요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어제 학생들의 제보를 여럿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서기관은 “방심위에 강력하게 메디스태프의 폐쇄를 요청했지만 우리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 이 사이트는 폐쇄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메디스태프 글들로 인해 다시 학교를 떠날까봐 걱정된다.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올바른 의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피력했다.

경찰은 정부와 협력해 메디스태프 내 불법행위 단속과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홍승우 경찰청 수사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장은 “메디스태프 등 인터넷 조리돌림 관련 사건 78건을 수사해 2명을 구속하고, 49명을 불구속 송치했으며, 18건은 수사 중에 있다”라며 “각종 불법 게시글을 방치하고 보안 강화 패치 방법으로 범행을 용이하게 한 메디스태프 대표 등은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집단행동 초기에 불법 행위는 대부분 메디스태프 안에서 발생했는데 현재 복귀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조리돌림은 다른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