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완화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
7일 방콕포스트, PBS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전날 성명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부문에서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아치 춘하와치라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태국에 상호관세율 36%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패통탄 총리는 대표단에 대해 무역 문제를 논의하며 ‘태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상호관세가 태국 전자제품, 가공식품, 농산물 등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며 수입 장벽 완화, 태국을 통한 다른 국가 제품 재수출 억제 방침도 밝혔다.
이번 패통탄 총리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고율 상호관세에 대한 대응이 다른 아세안 지도자들에 비해 느리다는 비판 속에 나왔다. 미국은 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태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456억 달러(약 67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베트남도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하자 긴급 대응에 나섰다. AFP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최소 45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럼 서기장은 서한에서 호 득 폭 부총리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합의에 도달하는 것으로 목표로 미국과의 협상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다음 달 말 미국에서 만나 관세 문제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미국 교역 상대국 중 4번째로 큰 1235억 달러(약 181조원)의 대미 흑자를 기록했다.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17%로 주변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필리핀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로케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관세 인하 품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아세안 회의 의장국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5일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를 하고 공동 대응 방침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일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회의를 열고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해 공동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