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싱크홀은 ‘예고된 인재’”…서울시 안전정보 공개 촉구

“강동 싱크홀은 ‘예고된 인재’”…서울시 안전정보 공개 촉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싱크홀 관련 기자회견
“서울시, 위험 알고도 외면…오세훈 사과·대책 모두 없어”
“플로리다·도쿄는 위험지도 공개…서울만 ‘오해 우려’ 이유로 감춰”

기사승인 2025-04-09 13:20:31
더불어민주당 새서울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서울시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싱크홀 관련 대책마련 및 지반침하 위험지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한나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 차원의 신속한 대책 마련과 안전 관련 정보 공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산하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는 9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명백한 사전 경고와 연희동 싱크홀 사고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빚어진 예고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강동구 싱크홀 사고에 대한 공식 사과와 안전 정보의 신속한 공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강동구를 지역구로 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명일동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이후 드러난 사실들이 충격적”이라며 “사고 발생 2주가 지나도록 오 시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번 사고는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서울시의 부실한 점검과 관리의 결과”라며 “피해자 구제와 안전 정보 공개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박주민 새서울준비위원회 위원장도 “조사할수록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확신이 든다”며 “사고 당일 주유소 사장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가 보유한 지반침하 예측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현일 의원(영등포갑) 역시 “11년 만에 시민이 싱크홀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오 시장은 반성도, 사과도, 실질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천만 서울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지름 20m, 깊이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청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원회는 “사고 전부터 수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서울시는 사실상 이를 무시하고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한국터널환경학회는 2021년 서울시에 지반침하 우려를 담은 공문을 전달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시공사에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고, 선제 조치는 없었다. 2023년에는 서울시가 발주한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에서도 사고 인근 지역이 ‘요주의 구간’으로 지정돼 정밀 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역시 무시됐다.

서울시는 현재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5조’ 및 ‘서울시 공간정보 보안업무 처리규칙 제6조’를 근거로 안전 관련 정보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시민 안전에 직결된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법리 검토를 마쳤다”며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알 권리를 우선해, 고위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도 이날 소개됐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주민이 싱크홀 위험지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싱크홀 지도’를 공개하고 있으며, 일본 도쿄도는 하수관과 지하 공간의 위험 정보를 시민과 공유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도 지질 정보와 지하 매설물 지도를 투명하게 공개 중이다.

위원회는 “전 세계적으로 재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기본 원칙이자 추세임에도, 오 시장은 ‘오해와 불안 조성 우려’라는 애매한 이유로 정보를 감추고 있다”며 “이는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을 외면하는 행정의 표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