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핀테크 투자 길 넓어졌지만…위험가중치에 ‘주춤’

금융지주, 핀테크 투자 길 넓어졌지만…위험가중치에 ‘주춤’

기사승인 2025-04-15 10:30:04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3회 핀테크 오픈 네트워킹 데이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지주의 핀테크 기업 출자 제한이 5%에서 15%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핀테크 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완화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지주로서는 위험가중치 하락에도 선뜻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핀테크 출자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내달 26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개정안에서는 금융지주사의 출자 제한을 완화해 핀테크 기업에 한해 15%까지 보유 한도를 허용한다. 금융지주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는 자회사가 아닌 경우 다른 회사의 지분을 5% 이하만 보유할 수 있는 반면,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 보유 가능하다. 이에 금융지주는 출자 제한으로 인해 핀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어렵다고 토로해온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며 “핀테크 기업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금융지주는 적정 규모의 지분 투자를 통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가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핀테크 기업 투자 시 부여되는 높은 RWA가 투자 확대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금융지주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100%에서 최대 400%까지의 RWA가 적용된다. 높은 RWA가 적용되면 CET1은 낮아진다. RWA 대비 보통주 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CET1은 금융감독원의 관리 지표로 12.5% 유지가 권고사항이다. 금융지주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경우 CET1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금융지주의 CET1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높은 RWA는 더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은행권 평균적으로 CET1 1~3bp(1bp=0.01%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CET1은 3분기 말(13.34%) 대비 0.26%p 떨어진 13.07%를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를 보면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13%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금감원의 권고치에 미달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핀테크 기업 투자 시 RWA가 꽤 많이 적용되는 게 맞다”면서 “이 경우 금융지주는 재무적 차원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RWA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또한 “벤처기업 관련 RWA가 완화되지 않으면 CET1 비율 관리가 어려워 선뜻 투자에 나서기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라며 “처음에는 디지털 금융 확대를 위해 핀테크 기업 출자 제한 완화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금융지주 자체적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어 더욱이 핀테크 기업 투자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금융권의 우려를 감안해 RWA 기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 투자 RWA 기준 완화 요구가 나오기 전에 이미 벤처기업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RWA 완화라는 하나의 주제로 함께 논의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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