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 1%대 ‘눈앞’…한 달 새 15조 썰물

시중은행 예금금리 1%대 ‘눈앞’…한 달 새 15조 썰물

기사승인 2025-04-16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내려앉을 조짐을 보이자, 투자처를 모색하던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자금 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고수익 추구 심리가 맞물리며 ‘머니무브’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전날 기준 연 2.15~2.75%로 집계됐다. 전월 취급 평균 금리(2.98~3.00%)보다 상·하단이 각각 0.8%p, 0.3%p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예·적금 18종의 기본금리를 0.10~0.25%p 인하했다.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연 2.40%에서 2.15%로 0.25%p 내렸다. ‘우리 SUPER 정기예금’ 금리도 2.60%에서 2.35%로 0.25%p 인하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2.15%, 6개월 기준 2.05%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기본금리도 각각 2.40%로, 현재 기준금리(연 2.75%)를 밑돌고 있다.

고금리 혜택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오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2%대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토스뱅크는 주력 정기예금 상품인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금리를 2.5%로 내렸다. 케이뱅크도 지난 8일 기준으로 ‘코드K정기예금’, ‘코드K자유적금’, ‘플러스박스’,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금리를 0.1%p 인하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한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은행 예금금리는 당분간 하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5월에는 추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예금금리 하락은 은행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22조4497억원으로, 한 달 새 15조5507억원 줄었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50조1241억원으로, 전월 말(625조1471억원) 대비 24조9770억원 불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으로, 통상 금리가 1% 미만이다. 그간 정기예금에 예치돼 있던 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기 위해 요구불예금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은행을 빠져나간 돈은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4~10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8억6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주의 두 배, 2주 전과 비교하면 약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저가매수 기회로 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특히 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였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83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2월 말(9156억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수요 폭증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던 골드바 판매도 재개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1일부터 한국금거래소의 1㎏짜리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다만 자금 이동이 격화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격한 자금 이동은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에 리스크를 줄 수 있으며, 자금이 적합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투기적 성향을 띠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갈 곳 잃은 자금이 고수익 투자처로 몰리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상품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유동자금이 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 투자자에게 더 큰 손실 위험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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