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금융지주, 경기불황 뚫고 1분기 순익 ‘5조’ 전망

날개 단 금융지주, 경기불황 뚫고 1분기 순익 ‘5조’ 전망

기사승인 2025-04-17 06:00:08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을 딛고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8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4조2915억원)보다 13.8% 증가한 규모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1조632억원에서 올해 1조5806억원으로 48.7%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손실로 쌓아둔 충당금 일부가 환입되면서, 이번 1분기 실적에 기저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조3478억원에서 1조4711억원으로 9.1%, 하나금융지주는 1조416억원에서 1조637억원으로 2.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 관계자 역시 “지난해 초 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일정 부분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환율 등 외부 변수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지만,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만큼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LS 손실 규모도 다른 지주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던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8389억원에서 7704억원으로 8.2% 순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 수익 의존도가 90% 안팎에 이르는 구조 속에서 타 금융지주에 비해 기저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ELS 손실 규모가 크지 않았던 만큼, 타 금융지주처럼 뚜렷한 기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들은 가계대출 재개, 예대마진 확대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지주들의 실적을 뒷받침한 주요 요인으로는 이자이익이 꼽힌다. 금리인하기임에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 수신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자이익 확보가 용이해진 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따라 예대금리차를 크게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하락한 상황에서도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월 기준 가계대출 평균 예대금리차는 1.57%로, 지난해 같은 달(0.87%)보다 약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23년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이 얻는 예대마진도 증가한다.

다만 금융지주들의 ‘호실적 잔치’가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돈을 빌려준 수출기업이나 중소기업이 흔들릴 경우 은행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금융업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며 “1분기는 좋더라도 이후 실적은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상생금융’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이 경기 침체에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비칠 경우, 정치권의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상생 역할을 당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심리적인 압박은 분명히 있다”며 “이미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생 요구가 정례화되거나 강도가 높아질 경우 자본 적정성과 건전성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기관도 결국은 사기업인 만큼, 과도한 요구가 지속되면 자산 건전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