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잔액 1조↑…오르는 연체율에 ‘이중부담’

신용대출 잔액 1조↑…오르는 연체율에 ‘이중부담’

기사승인 2025-04-21 18:32:47
쿠키뉴스 자료사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이번달 1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급등락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 주택 거래 급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741조509억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738조5511억원)과 비교해 2조4998억원 증가한 수치다. 경기침체로 인해 한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신용대출 잔액도 함께 급증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6658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596억원이 늘었다. 신용대출이 전월 말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국내외 증시 변동으로 인한 빚투 현상이 주로 꼽힌다. 이번달 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하고, 미·중 관세 전쟁이 심화하며 국내외 증시 및 가상자산 시장이 급등락을 보였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금을 동원해 저점 매수를 노리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투자 용도로 많이 활용되는 마이너스통장의 잔액은 지난달 대비 6435억원(37조4655억원→38조1091억원)이 늘면서 신용대출 잔액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국내 증시가 5% 넘게 급락한 지난 7일 하루 동안에만 마통 잔액 4929억원이 증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에는 주택 수요 확대에 따른 취득세나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신용대출로 충당한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증시 하락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때 마이너스통장 자금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지난 7~9일 사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용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은행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꾸준히 오르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가계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84%로 작년 동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0.04%p 오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보다 높은 증가분으로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담보 없이 신용만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연체 시 손실이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여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연체 위험이 낮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는 식이다. 5대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2024년 12월 914점 △2025년 1월 920점 △2025년 2월 925점 △2025년 3월 935점으로 점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주문으로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제한돼 선별적 자금 공급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 대출은 기업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연체 리스크가 낮지만 경기침체 등 거시 환경이 여전히 불안정해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외에도 GDP 성장률에 맞춰 대출 규모를 조절하거나, 연체 가능성이 높은 상품과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적정 한도 내로 제한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