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성장률이 저하된 만큼, 한은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연준은 6~7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 1월29일, 3월19일, 이날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취임 후 열린 세 차례 FOMC에서 모두 금리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날 동결 결정은 참석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당분간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재차 피력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높은 관세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한국은행으로 쏠린다. 연준의 금리 관망 기조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는 이달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및 미국의 관세 여파로 내수성장 동력이 꺾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달 17일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등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2.75%로 묶었다. 다만 올해 경제 성장률이 2월에 낮춘 예상치(1.5%)에도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과 함께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연내 추가 인하 폭은 5월 성장 전망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5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폭과 횟수와 관련한 질문에는 “5월 경제 전망 때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1.75%p에 달한다. 한국이 ‘나홀로 인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속화될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관련 ‘시장상황 점검 회의’에서 “FOMC 결과가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면서도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 등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