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보좌관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미국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특정 후보 쪽 핵심 인사와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차장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으며,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공유하고 미국 측 입장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히 긴 시간 회의를 했다”며 “우리가 어떤 정책적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했고, 미국도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전달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화였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메시지를 백악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이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일 협력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후보는 한미일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저 역시 현재의 정세를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이 보다 긴밀한 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츠마번과 조슈번이 과거 막부 시대 대립을 넘어 협력했던 것처럼, 한일 양국도 그 수준의 전략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전 차장은 “미국도 한미일 삼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 역시 이런 협력 구조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강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무역 및 관세 문제, 대북정책 등 여러 현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이자 FTA 체결국인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 등 안보와 관련한 산업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25%의 대미 자동차 관세에 대해 “FTA를 맺은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라며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철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미국은 농산물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차량을 수출할 때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는 협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선 일정에 따라 관세 협의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김 전 차장은 밝혔다. 그는 “관세 유예 기간이 90일, 즉 7월 6일까지인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문제를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이슈와 연계할 가능성에 대해선 “협상 전략과 관련된 부분이기에 언급은 자제하겠다”면서도 “종합적인 대응 준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한미 양국이 동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비대칭 재래식 무기의 강화 필요성도 개인적으로는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국의 자주적 대응 역량 강화를 언급했다.
다만 북미 대화 재개나 중국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위상 등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회동을 두고 김 전 차장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서로 조기에 만나서 이슈에 대해 생각이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