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물든 숲 속, 참매 가족이 산다

신록이 물든 숲 속, 참매 가족이 산다

기사승인 2025-06-29 12:12:04 업데이트 2025-06-29 13:41:54
‘누구지’
참매 새끼들이 어미가 물어다준 먹이를 먹다가 둥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어미와 함께 외부 침입자를 살피고 있다. 춘천시 동면의 한 산속에서 참매 부부가 새끼 3마리를 키우고 있다.

-깊은 숲속에서 새끼 정성껏 키워… 먹이도 ‘서열’ 따라
-강원도 춘천 산속, 천연기념물 참매 가족의 여름 이야기

지난 24일 동료 사진가의 안내로 세 번째로 찾은 강원도 춘천시 동면의 깊은 산속. 숲은 더욱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거운 촬영 장비를 짊어진 채 30분가량 산길을 올랐고 참매 둥지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위장막 안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동료와 함께 물 한 모금조차 숨을 죽인 채 나눴다.
“제 모습이 누추하죠”
지난 24일 태어난지 한달 가까이 되면서 한참 솜털에서 깃털로 털갈이 중인 어린 참매가 둥지 밖을 살피고 있다. 알에서 부화하면 주로 암컷이 새끼들을 돌보고 수컷은 둥지 보수, 주변 경계와 먹이 사냥 등 바깥 활동을 주로 한다. 

위장막 틈 사이로 초망원렌즈를 내밀어 참매 둥지를 겨냥했다. 다행히 새끼들은 낯선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한 마리는 둥지 밖을 바라보며 경계했고 두 마리는 둥지 안에서 가볍게 날갯짓을 하며 쉼을 취했다. 오전 내내 어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새끼들끼리 날개를 펴며 몸을 풀거나 둥지 밖으로 배설하는 행동이 전부였다.
그러던 순간 숲을 가르며 정적을 깨는 울음소리가 퍼졌다.
참매 새끼가 어미가 잡아온 먹이를 열심히 뜯고 있다. 새끼들은 둥지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힘이 센 순서대로 서열이 정해진다. 알을 품어서 둥지를 벗어나기까지 부모 새의 희생과 강자 우선의 법칙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새끼들은 둥지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성장한다. 

파인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빠진다. 순간 소나무 상층부에서 둥지 위로 날카로운 발에 먹이를 움켜쥔 어미 참매가 조용히 날아든다. 어미 참매(학명 Accipiter gentilis)는 진회색 등 깃털과 갈색과 흰색의 가로 줄무늬가 선명한 배와 가슴을 지녔으며 예리한 눈매와 강력한 발톱을 가진 중형 맹금이다.

‘응시(鷹視)’
참매 새끼가 둥지 건너편 나무가지 앉은 어치가 울어대자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당장 이동하지 않으며 공격이라도 하겠다는 눈빛이다. 매처럼 날카롭게 노려본다는 ‘응시(鷹視)’란 단어를 실감한 순간이다.

지난 5월 말 어미가 한 달 넘게 품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어느새 하얀 솜털을 벗고 갈색 깃털로 털갈이 중이다. 이제 부모는 새끼의 입에 직접 먹이를 넣어주지 않는다. 불필요한 부위만 정리해 둥지에 툭 던져주면 새끼들은 서열에 따라 먹이를 차지한다. 힘센 새끼가 먼저 먹고 나머지는 차례를 기다린다. ‘보라매’로 자라나는 혹독한 훈련의 시작이다.
‘둥지 밖으로 발사’
참매 새끼 한마리가 본능적으로 둥지 끝에 서서 둥지 밖으로 힘차게 분비물(똥)을 내뿜고 있다. 

하지만 아직 둥지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새끼들은 둥지를 벗어난 뒤에도 독립할 때까지 부모에게 먹이를 공급받으며 비행술을 배우고 생존법을 익힌다.

참매는 번식지를 정하면 인근의 소나무나 침엽수림을 옮겨 다니며 새로 둥지를 만들거나 기존 둥지를 보수해 사용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깊은 숲과 먹이가 풍부한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새끼들 예쁘죠”
참매는 잡목림의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5월 상순~6월에 2∼4개의 알을 낳아 36∼38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41∼43일 동안 먹이를 받아먹다가 둥지를 떠난다.

숲의 포식자, 생태계를 지키는 지표
참매는 북반구의 울창한 숲에 주로 서식하는 맹금류로 매목 수리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됐으며 법정보호종으로 분류돼 보호를 받고 있다. 몸길이는 48~61cm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주로 단독 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하며 작은 포유류나 조류를 사냥해 먹는다. 날개를 퍼덕이거나 기류를 타고 비행하다가 먹이 가까이에서 다리를 뻗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한다. 사냥한 먹이는 부리로 찢어 먹으며 소화되지 않는 털은 토해낸다.
참매는 깊은 숲속의 낙엽송 등 잡목림의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계속해서 같은 둥지를 사용하는 습성이 있으며 장마 전인 5월 상순~6월에 2∼4개의 알을 낳아 36∼38일 동안 품는다. 

잡목림의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5월 상순~6월에 2∼4개의 알을 낳아 36∼38일 동안 품는다. 부화한 새끼는 40여 일간 부모에게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란 뒤 둥지를 떠난다.
참매는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중형 맹금류로 법종보호종이다. 몸길이 48∼61cm의 참매는 수컷에 비해 암컷이 조금 더 크다. 몸의 윗면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으로 흰색 눈썹선이 뚜렷하고 윗목은 흰색으로 얼룩져 있다. 

"제법 어른티가 나죠"
참매 새끼가 성장해 둥지를 벗어나도 한동안은 어미 영역에서 생활하면서 사냥기술과 생존능력을 익힌다. 둥지를 완전히 떠났지만 1년이 안 된 참매 새끼를 '보라매'라 부른다.

참매는 숲이라는 엄폐물을 적극 활용해 사냥하는 숲속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참매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다양한 조류와 설치류 곤충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상징하며 참매는 그런 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생물 지표종’으로 분류된다.

참매는 5월 상순경에 보통 3~4개의 알을 낳아 40일 가까이 품는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40일 가량 정성을 다해 키워 새끼들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날아가는 먹이를 잘 낚아채 ‘바람의 사냥꾼’으로도 불리는 참매는 꿩과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 조류와 다람쥐와 청설모 같은 작은 포유류를 잡아 새끼들를 살찌운다.

다큐멘터리 생태작가 용환국 씨는 “이 땅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조류 및 포유류의 일상을 수 십 년째 기록 중이다. 새들도 사람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서 “단지 틀린 점은 새들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연이 베푸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간다.”사람들이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춘천=글 곽경근 기자/ 사진=곽경근 기자· 용환국 생태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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