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 당권 친명 대전…‘내란 청산’에 기운 당심

민주당 차기 당권 친명 대전…‘내란 청산’에 기운 당심

진보·민주당 지지·李대통령 지지층서 정청래 ‘우세’
직전 조사서 새 정부 우선 과제로 ‘내란 종식’ 꼽은 집단과 일치
‘적임자 없음’도 28.0%…“‘의심’ 박찬대로 판세 변화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5-07-17 06:00:07
정청래(왼쪽)·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 한 가운데, 정청래 의원이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박찬대 의원을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내란 청산’ 요구가 당심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정청래 의원은 31.9%, 박찬대 의원은 25.6%를 각각 기록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권’과 ‘40·50대’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다. 호남권에서 정 의원의 적합도는 43.9%로 모든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50대(42.5%)와 60대(40.1%)에서도 박 의원(각각 24.4%, 22.6%)을 크게 앞섰다. 40대에서도 정 의원이 33.7%를 얻어 박 의원(27.3%)보다 우세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정 의원이 47.8%로 박 의원(35.2%)을 앞섰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에 긍정 평가를 내린 층에서도 정 의원(45.8%)이 박 의원(35.5%)보다 높은 선호를 보였다. 

진보층에서는 정 의원(43.9% vs 박 의원 32.9%)을 더 선호했고, 중도층에서는 정 의원 30.2%, 박 의원 25.1%로 선호도가 팽팽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처럼 ‘당원 민심’이 일단 정 의원으로 기우는 흐름을 보이는 데는 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내란 청산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본지가 실시한 같은 조사 기관의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층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이 새 정부 우선추진 과제로 ‘계엄 사태 진상 규명·내란 종식’을 첫손에 꼽은 바 있다.

이는 정 의원이 일찌감치 ‘강력한 당대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강경 메시지를 내 왔던 것과 맞물린다. 반면 박 의원은 중도 확장과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워 ‘합리적 당대표’를 강조해왔다. 

두 후보는 전날 첫 TV 토론에서도 각각 “개혁 당대표”와 “당정대 원팀 당대표”를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평시도 아니고 태평성대도 아니다. 지금은 내란과 전쟁 중이고,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내란 세력을 척결하겠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통쾌하고 효능감있게 당을 이끌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이렇게 당정대가 진정한 원팀을 이루는데 박찬대가 진짜 적격”이라며 “내란 종식, 검찰 개혁, 민생회복 등 할 일이 많은데 당정대가 따로 따로 움직이면 가능하겠는가.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역할을 조율하면서 국민들이 요구 개혁과제를 유능하게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다. 

야당과의 협치 방안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명한 입장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내란 세력을 척결해야 하는 민주당 대표로서 그들과 타협하고 절충하는 일은 없다. 불합리하게 억지를 쓰는 것은 표결 처리하고 돌파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반면 박 의원은 “집권여당의 당 대표는 야당하고도 사실 협치를 포기하지 않고 인내력 가지고 기다려야한다”며 “당에서도 통합적 행보에 발맞출 땐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두 후보에 대한 지지 못지않게 ‘적임자가 없다’는 응답이 28.0%에 달해, 막판까지 부동층의 선택이 판세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직 선거 운동 초반이고, 특히 ‘의심(의원의 표심)’은 박 의원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윙보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두 후보 모두 훌륭하고 경험도 많은 분들이다. 다만 박 의원이 이재명 1·2기 지도부에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로 활동했기 때문에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의원들의 지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아직 선거 초반이고, 마음을 못 정한 당원들도 있기 때문에 향후 여론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정 의원은 지지층이 탄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층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며 “마음을 아직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6.0%), 무선 ARS(94.0%)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5년 5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