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개혁 예고…‘땅장사’ 멈추나

LH 개혁 예고…‘땅장사’ 멈추나

기사승인 2025-07-18 06:00:07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을 언급하면서 LH의 사업 구조와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 매각하는 기존 사업 방식의 개편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발언으로 LH 사업 모델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조적이고 판을 바꾸는 대규모 개혁을 두고 능동적‧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이후 국토부는 LH가 택지개발 이익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사업방식 전반을 검토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H가 직접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으로 보고있다. LH가 택지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공공주택을 건설해 분양하거나 택지를 분양하지 않고 임대만 하는 식이다. 현재 LH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토지를 개발해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이 중 일부를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고 있다. 민간 건설사들은 해당 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LH가 ‘땅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택지를 분양받을 때 입찰 방식으로 경쟁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건설사가 택지를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집값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사들은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분양가를 분양가상한제 허용 한도까지 끌어올려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했고 분양가 상승을 기대한 투기 수요가 수도권 공공택지로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으로 젊은 세대와 무주택 서민들이 신축 주택을 분양받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공공택지의 개발 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 팀장은 “LH가 택지 중 40%를 건설사에 매각하고 있다. 이때 건설사들이 택지를 분양받아 개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며 “LH는 해당 지역을 공공임대‧공공 분양을 해야 한다. 공공분양을 하더라도 환매조건부로 해서 개인들이 이익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LH는 택지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임대주택 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데 활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공공주택은 분양이나 임대 모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실제 LH는 통합공공임대주택 1호당 1억1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외에도 택지개발 사업 수익은 신규 사업 투자나 신도시 개발 등에 쓰이고 있다.

LH가 모든 부분의 건설을 다 맡을 경우 중소 건설사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제외하고 건설사들이 사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공공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LH가 매각한 택지는 총 8개 필지로 매각 대금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공고를 마감한 인천 검단지구 공동주택용지 AB7블록은 첫 공고에서 1순위 마감됐다. 인천 서구 당하동 일대 4만1439㎡ 규모로 공급가액은 약 1672억원 경쟁률은 94대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H 개혁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가 토지를 매각하고, 이를 매입한 민간 건설사들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분양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공공이 직접 건설하고 임대하는 방식은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는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도시정비사업 등은 중견·중소 건설사에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사업들이 축소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주택 품질이나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 지역 기반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과 교수는 “건설사에 매각하려던 택지를 지역 기반의 풀뿌리 기업들과 협력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수요에 맞춘 맞춤형 민관 협력 개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