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2000억원을 기금에 적립해 연간 2500가구의 공공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진흥기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낳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추진방안과 추진동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6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에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구상한 공공주택 진흥기금은 민간 활력을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기 위해 공공이 기금을 조성해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이다.
오 시장은 공공주택 진흥기금에 1년에 2000억원씩을 적립, 10년 동안 2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공급하기로 계획했던 물량에 약 2500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통해 토지매입 지원, 건설자금 융자 및 이자지원 등 실질적인 비용에 대해 직접적인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공공주택 진흥기금의 세부 재원 마련 방식이나 공급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주택의 경우 임대주택이 40%가 넘는다. 자가 소유 비중이 48%, 임대 42%, 무상 10%에 달한다. 임대 부문은 사회주택이 24%를 차지하며 민간이 19% 정도다. 사회주택은 시영주택과 제한영리주택으로 나뉜다. 시영주택은 시정부가 직접 건설해 공급 및 관리하고 제한영리주택은 건설 사업자(조합, 법인)가 정부 지원금 및 공공대출을 활용해 건설‧공급‧관리한다.
사회주택 공급 사업자는 낮은 이자의 대출과 토지를 싼값에 공급받는 대신 임대료는 적정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초과 이익이 발생할 경우 주택의 질 개선이나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해야 하는 등 공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 더불어 오스트리아는 사회주택 내 사회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입주자격을 저소득층에 국한하지 않고 전 국민의 80%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사회주택에 입주한 대상자의 소득분위별 분포가 고른 편이다.
오 시장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는 최근 서울시의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000가구, 2025년 물량은 4만8000가구다. 다만, 정부의 추산 입주 물량에는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주택, 후분양 임대 등도 포함된다. 2024년 8100가구, 2025년 8900가구가 청년안심주택이다.
다만 ‘공공주택 진흥기금’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설계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울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은 총 1조1091억원이다. 서울시는 매년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전체 예산의 약 18%에 달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민간에 자금을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인지,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것인지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무상 지원일 경우 포퓰리즘 논란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 동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도시기금은 전국 단위로 운용돼 왔는데 이를 지자체 범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오 시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해당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금 등 여유자금을 활용해 예산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 측은 “매년 2000억원 규모의 재원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존 기금의 여유자금 등을 활용해 조성할 예정이다. 더불어 향후 추가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공공주택 진흥기금의 구체적인 설계안은 올해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