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횡보장을 보이던 중국 증시가 원만한 상승세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산 속에 중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적절한 시기라는 진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일 ‘TIGER ETF가 소개하는 중국 증시 투자 전략’ 웹세미나를 개최했다. 정의현 미래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국의 상해종합지수를 보면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오랜 기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지금은 횡보세를 깨고 반등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해 9월 2689.70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8월26일 장중 3888.60까지 치솟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52주 최저가와 비교하면 44.57% 급등했다. 상해종합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이달 들어 7.97%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운용은 중국 증시가 상승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중국 증시가 상승 동력을 받기 시작해서다.
현재 중국의 가계 저축액은 약 160조위안(3경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해 120%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저축액이 GDP 대비 50%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중국 가계 저축 추이는 5년 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 안전자산 기대 수익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으로 1년 정기 예금 이율은 1.6%, 10년채권 수익률도 1.7%대에 불과하다. 수익성이 제한된 상황 속에 중국 개인들은 새로운 투자처로 자금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식시장 이동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딥시크 효과 증시가 폭등하자 684만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 증권 신규 계좌 개설은 1456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났다. 정 본부장은 “증시 상승기 계좌 개설 급증은 자금 유입의 신호다. 이는 10년만에 찾아오는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래운용은 중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도 AI 사업 확산에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중국 항셍테크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비슷하게 평가받았으나, 지나 2023년부터 밸류에이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달말 기준 항셍테크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17.1배로 확인됐다. 반면 나스닥100은 26.9배다. 이같은 격차의 원인이 AI 사업 때문이라는 게 미래운용 측 분석이다.
정 본부장은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을 앞서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우 차세대 추론용 AI 칩 설계를 마쳐 시제품 테스트 중에 있다. 해당 칩은 중국 내 파운드리 업체에서 제조될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알리바바의 전략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받던 저평가를 해소할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를 비롯해 중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 주요 업종은 △전기차 △휴머노이드로봇 △바이오테크 등을 꼽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올해 예상 판매 대수는 테슬라의 3배에 가까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배터리 전력, 반도체, 모터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통해 경쟁사 대비 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중국 정부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 유비테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올해 1000대, 내년 2~3000대까지 생산할 전망이다. 부품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과 낮은 생산 비용이 성장을 촉진하는 상태다. 특히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도 중국의 원자재 소재 부품 등 분야에서 의존도가 높다. 바이오테크 분야는 규제나 임상 환경 등에서 선진국 대비 여유로운 점이 경쟁력으로 부각된다.
미래운용은 이같은 투자 포인트를 반영해 자사의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1. TIGER 차이나바이오테크 SOLACTIVE 등을 추천했다. 정 본부장은 “TIGER 차이나 ETF는 총 17개로 순자산 총액 기준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증시의 순항을 내다본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실적 부진, 정책 예상치 하회 관련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라며 “오는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중국 경기의 구조개혁 및 산업 관련 정책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어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무분별한 기대감에는 선을 그었다. 박 연구원은 “하지만 본토 증시 기준 이익의 추세적 전환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과도한 낙관에는 유의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유동성 모멘텀 지속 여부와 중국 10년물 금리, 위안화 환율 등 정책 기대감에 대한 확인이 중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