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며 국제사회의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조했다. 유엔을 비판하며 고립주의적 태도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평화란 단순히 무력 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남북 교류 및 관계를 정상화하고, 비핵화를 통해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면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에서 축소, 최종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N.D. 이니셔티브’란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연결한 단계적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이다.
대한민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유엔의 도움 속에 산업화를 이뤘고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민주주의 회복 경험과 역사를 나누겠다”며 “국제사회가 다자주의 협력으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도 제안했다. 그는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겠다”며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처럼, 국제사회와 유엔이 인류의 미래를 밝힐 희망의 등불을 들어달라”며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그리고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중재했다고 주장한 분쟁 사례를 언급하며 “슬프게도 이 모든 사례에서 유엔은 어떤 도움도 주려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유엔에서 얻은 것은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텔레프롬프터뿐”이라고 했으며,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사기극”이라면서 각국의 노력을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