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 한덕수 징역 15년 구형…특검 “피해 가늠 어려워”

‘내란 방조’ 한덕수 징역 15년 구형…특검 “피해 가늠 어려워”

한덕수 “尹 결정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 최후진술서 호소
내년 1월21일 선고…내란 혐의 국무위원 중 첫 판단

기사승인 2025-11-26 18:20:20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특검팀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내란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고 가담했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년 1월 말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특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결심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을 손상시켰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며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내란 범죄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기회를 박탈한 거였다면 이번 내란 범행은 수십 년간 한국이 쌓은 민주화의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제 신인도 및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켰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행정부의 2인자이자 총리로서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인데도 국민 전체 봉사자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의 일련의 행위로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고,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한 점,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법 방해 성격의 범죄를 추가로 저지른 점,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개전의 정이 없는 점이 양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며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12·12 군사반란과 5·18 재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의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검의 구형 뒤 이어진 최후 변론에서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특검이 내란 방조 혐의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면서도 구체적 행위 사실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서야 사실을 알았으며, 구체적인 내란 행위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를 듣고 나서야 계엄 선포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 외 구체적 내란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시 경제가 파탄 나고 대외 신인도가 엉망이 될 것을 우려했으므로 내란 우두머리 방조죄에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무위원을 추가 소집하자고 건의했을 뿐 특정 국무위원에게 연락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피고인과 추경호 의원이 통화한 사실만으로 내란 방조행위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추 의원도 당시 피고인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 말미 최후진술에서 내란 가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1970년 경제 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며 “경제 정책의 최일선에서 일한 것은 제 인생 긍지와 보람이고, 대한민국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길의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며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저는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통령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 국무위원들과 다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그날 밤의 혼란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그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29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12월5일 최초 계엄 선포문의 하자를 보완하고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그는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기일은 내년 1월21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로써 한 전 총리는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1심 판단을 받게 됐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법상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이 선고될 수 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