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근로자 174만명 시대…일상 된 ‘쪼개기 고용’ [쿠키청년기자단]

초단시간 근로자 174만명 시대…일상 된 ‘쪼개기 고용’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5-11-30 16:44:39 업데이트 2025-11-30 19:29:58
대학 인근 카페 창문에 붙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여러 시간으로 쪼개 모집하지만 모두 합쳐도 주 12시간에 그친다. 작년 통계청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박민욱 쿠키청년기자 

대학교 휴학생 A씨(22)의 캘린더는 빈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다. 3시간30분, 5시간, 6시간20분. 짧은 교대 근무가 여러 매장에 흩어져 있지만, 어느 곳도 주 15시간을 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쪼개기 고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쪼개기 고용이 성행하고 있다. 쪼개기 고용은 한 사람에게 일을 몰아서 맡기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 맡기는 방식이다. 통계청 초단시간 및 장시간 취업자 비율에 따르면 주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2024년 기준 174만2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고용 형태가 늘어나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에 있다. 예를 들어 주 30시간 근로자 한 명을 쓰는 대신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두 명을 쓰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잘게 나누면, 사업주는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유급휴가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장이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 A씨의 10월 캘린더 화면. 하루에 두세 차례로 쪼개진 근무 일정이 표시돼 있다. A씨가 지난 10월17일 X에 올린 해당 캘린더 게시물의 조회수는 지난 28일 기준 479만 회를 넘겼다. A씨 제공

쪼개기 고용을 넘어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존재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 6년 차 B씨(24)는 여러 점포를 이동하며 일해 왔다. 그중 한 점포에서는 정규 야간 근무자의 근무 일수가 주 3일을 넘으면 주휴수당이 발생하자, 사장이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대타 근무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B씨는 한때 네 곳의 편의점에서 정규 근무만 주 52시간을 채웠고, 대타 근무까지 포함하면 주 70시간을 넘었다. 새벽 버스정류장에서 잠을 청해야 했고, 과로로 퇴근길에 비틀거리다 얼굴을 다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명목상 대타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B씨는 “결국 모든 문제가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며 “주휴수당 제도가 개선되어 시급이 조금 더 오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쪼개기 고용을 사실상 ‘탈법적 관행’으로 본다. 법을 직접 위반하진 않더라도 제도의 취지를 훼손해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근로와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아 생활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난 2022년 5월17부터 20일까지 알바몬이 2022년 성인 남녀 2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단기 알바 경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8%가 “안정적 수익을 얻지 못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고용 구조가 개인의 생활 안정성에 직결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2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과 유급휴일, 연차휴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 로드맵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정부는 관련 제도를 오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영세 사업장의 부담도 고려해야 하지만,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 시간에 비례해 주휴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며 “제도 개선은 현장의 실태와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욱 쿠키청년기자
y8595398@naver.com
박민욱 쿠키청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