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늦은 7일배송 승부수…편의점 택배 ‘새 물류 전장’

롯데글로벌로지스, 늦은 7일배송 승부수…편의점 택배 ‘새 물류 전장’

롯데택배, 내년부터 CU 편의점택배 일부 물량 공휴일도 ‘7일 배송’
CJ대한통운‧한진 비해 후발주자…성장성 높은 C2C 시장 공략
쿠팡발 택배업계 경쟁 심화…“7일배송 인력·비용 개선 속도내야”

기사승인 2025-12-15 06:00:06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편의점택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물류 경쟁의 새 전장이 되고 있다. ‘7일 배송’ 후발주자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U 편의점 일부 물량에 한해 주 7일 배송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쿠팡발 택배 시장 재편 속에서 점유율 방어를 위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편의점 기반 C2C 택배 수요 확대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주 7일 배송 체계 구축 과정에서 인력 확보와 비용 구조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오는 2026년부터 CU 편의점택배 일부 물량을 수주하며, 해당 물량에 한해 주 7일 배송을 맡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게 편의점 접수 택배는 낯선 영역이 아니다.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일반 택배 물량을 이미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10월부터는 이마트24가 택배 위탁사를 CJ대한통운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변경하면서 이마트24의 택배 서비스 ‘택배로’ 물량까지 확보했다. 이처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편의점 기반 C2C·소형택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CU 편의점택배 일부 물량에 한해 주 7일 배송을 시행하게 됐다”며 “편의점택배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번 물량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물동량 규모나 배송 인력 운영 방식 등은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택배 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번 수주에서 주목할 부분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편의점택배(C2C) 물량을 중심으로 처음 주 7일 배송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이 연이어 7일 배송 경쟁에 뛰어든 것과 달리 롯데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다만 올해 중반부터 대리점협의회·노조 간 교섭이 진행되면서 휴일·공휴일 배송을 위한 사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미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 전면적인 주 7일 배송 체계를 구축했고, 한진택배 역시 4월부터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7일 배송 시범 운영에 들어가 체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CU 관계자는 “CU 편의점 택배 위탁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한 여러 택배사들을 더불어 검토 중”이라며 “편의점 택배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택배 퀄리티 개선과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일부 물량을 맡기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담당하고 있는 세븐일레븐 택배에 대해서는 7일 배송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 택배를 맡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휴일 물량까지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이 자체 물류망을 확대하면서 기존 택배사들의 물량을 일부 가져가고 있어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결국 돈이 되는 물량은 확보해야 하는 구도에서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없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7일 배송 도입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택배사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배송 경쟁력 시대’가 도래한 만큼 안정적인 배송 서비스와 거래처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며 “CU가 택배 물량을 분배하게 되자 롯데도 편의점 C2C 물량부터 7일 배송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B2C 등 영역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거점이 활용이 용이해 물류 처리에 유리하고 추가 인프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커머스 B2C 물량은 크고 7일 수요도 높지만, 오히려 C2C 택배의 단가가 더 높다는 점이 롯데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쿠팡발 경쟁 격화, 성장하는 편의점 택배…‘인력·비용’ 과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8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41억원으로 12%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용 증가 영향으로 22.1% 줄어든 7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택배 사업 역시 쿠팡의 물류 경쟁력 강화로 점유율 압박을 받고 있다. 소비심리 둔화로 전체 택배 수요가 위축된 데다 운임 하락까지 겹치며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경쟁사들은 주 7일 배송과 당일배송을 앞세워 물동량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초기 비용 부담이 점차 완화되면서 서비스 효과도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세븐일레븐 착한택배 서비스. 세븐일레븐 제공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편의점택배 시장의 성장세는 롯데에게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중고거래 중심의 C2C 시장 규모가 40조원대로 성장하면서 편의점 기반 소형 택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들은 전국 점포망과 24시간 운영 인프라를 활용해 택배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합리적 가격의 서비스도 늘고 있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착한택배’ 효과로 택배 서비스 신장률이 전년 25%에서 올해 1~11월 130%까지 급증했다. CU 역시 ‘알뜰택배’ 이용 건수가 지난해 30.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0월까지도 17% 이상 늘었다. 편의점택배가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닌 독립적인 물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향후 주 7일 배송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주 7일 배송 확장은 필연적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하며, 현재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인 택배기사 주 5일제와 충돌할 여지가 크다. 휴일 근무 할증비와 야간 운영비 등 비용 부담 역시 여전히 남아 있어 고정비 구조 개선과 안정적인 인력 운영 체계 구축이 관건으로 꼽힌다.

전국택배노동조합 롯데글로벌로지스본부 관계자는 “일요일 배송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기사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기사들이 대리점과 맺은 잠정협의안을 통해 이미 주 5일제 시행을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7일 배송이 도입될 경우 추가 근무 부담은 사용자 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일 배송 인력은 원청이나 대리점이 별도로 직접 충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