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여야의 날선 대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반복되는 필리버스터로 인한 피로감을 지적하며 국민의힘이 다른 카드를 꺼내들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민주당의 쟁점 법안 상정 시도를 규탄했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맹점 사업법에 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법파괴 5대 악법’과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상정을 철회하고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법안 등을 사법을 파괴하는 ‘5대 악법’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 등은 국민을 입틀막 하는 ‘3대 악법’으로 규정해 이를 ‘8대 악법’이라며 비판해온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민주당이 8대 악법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시행하는 이유는 8대 악법으로 인해 대한민국 헌정 기본질서가 파괴·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께 이를 알리는 차원에서 비교적 쟁점이 많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8월에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했다. 또 지난 9월에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다만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통과는 막지 못했던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가 꺼내든 필리버스터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꺼내들었다”면서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한다는 선언과 함께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과 메시지를 내놓는 게 우선”이라며 “탄핵이라는 결과가 나온 마당에 언제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