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올스톱’…신규 원전 부지 선정, 내년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

불확실성에 ‘올스톱’…신규 원전 부지 선정, 내년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

- 대형 원전 2기 부지 선정 절차, 7월 이후 사실상 중단
- 원전 고심하는 새 정부에 불확실성 커져…공론화 결과 집중
- 직접 팔 걷고 나선 지역사회…“2038년 건설 목표 달성하려면 지금뿐”
- 지방선거, 12차 전기본 수립 착수 등 내년 재개 여부도 불안정

기사승인 2025-12-24 06:00:11
울산 울주군 소재 새울 3·4호기 원전 건설현장 전경.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올해 3월 가동된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돼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여기에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원전 부지 선정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원전업계에서 제기된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첫 총괄위원회를 열고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2기 건설 내용을 국민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조기에 확정해 12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11차 전기본에는 설비용량 1.4GW(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를 각각 2037년과 2038년,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2035~2036년 도입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13~15년이 소요되는 만큼, 본래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올해 부지 선정 절차를 본격화해야 한다. 원전 부지 선정 과정만 약 2년이 소요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3월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를 출범시키고, 7월 말까지 네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8월부터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인 현 정부 기조 속에서 약 4개월째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부지 선정 절차 등에 관여하지 않고는 있다지만,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한수원 등 유관기관이 불확실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만약 관련 절차가 한창 진행되다가 돌연 중단되면 법적 리스크 등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지역과 업계에서는 조속한 절차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원전 유치에 대한 희망 의사를 밝힌 지역은 경북 경주·영덕·울진, 울산 울주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지역은 이미 대형 원전 가동 경험이 있는 등 원전과 익숙해 주민 수용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광성 영덕 수소·원전추진연합회 회장은 “영덕에 경쟁력 있는 원전이 건설되면 수소공장,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며 “쇠퇴하고 있는 지역경제와 경기를 되살리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원전이 속히 유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울 5·6호기 건설촉구 공동추진연대’(이하 연대)가 지난 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대 제공 

원전 도입을 찬성하는 울주군 일부 주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울주군 어업인과 농업인, 소상공인 등으로 구성된 ‘새울 5·6호기(가칭) 건설촉구 공동추진연대’는 이달 초 대통령실 인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울주군은 전국에서 원전 입지 조건이 가장 좋은 데다 사업자인 한수원이 부지도 갖고 있다”며 원전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새울 원전이 있는 울주군 서생면 원전 유치 자율위원회에서 유치 신청서를 내달라고 군에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2차 전기본 논의가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원전 부지 선정 절차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첫 계획인 신규 원전 2기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대국민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부터 시간이 소요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출범했던 공론화위원회는 약 3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했다.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활용된 공청회 방식 역시 약 2~3개월의 의견 수렴 끝에 결과를 도출했다. 

설령 공론화 결과 원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긴 12차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지 선정 절차를 선제적으로 재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관련 절차는 여야 갈등 등 진통이 없다는 전제 하에 통상 1년여가 소요된다. 

여기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원전 이슈에 대해 정부가 상반기 중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신규 가동을 앞둔 새울3·4호기의 경우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25년이 소요됐다”며 “지금 착공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