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은 해외, 국회엔 로저스…동문서답·통역 논란만 커진 쿠팡 청문회

김범석은 해외, 국회엔 로저스…동문서답·통역 논란만 커진 쿠팡 청문회

30일 국회 과방위 주도 쿠팡 연석청문회…김범석 의장 불참
해롤드 로저스 대표, 동문서답‧반복된 대답…의원 질타 이어져
김민희 위원장 “쿠팡이 신종 방식으로 청문회를 방해하는 것”

기사승인 2025-12-30 18:02:05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국회 연석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노동환경 문제를 둘러싼 국회 청문회가 김범석 의장 불출석 속에 외국인 대표‧임원들과 의원들 간의 설전으로 얼룩졌다. 동문서답이 반복되고 통역 논란까지 불거지며 청문회장에서는 “쿠팡이 사실상 청문회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30일 국회는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와 불공정 거래 문제 등을 집중 질의했다. 이번 청문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정무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유관 상임위원회가 참여한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쿠팡 전·현직 임원 등 1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그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는 이번 청문회에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의장은 지난달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17일 과방위가 연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에도 해외 거주‧기존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며 침묵을 이어가다 지난 28일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의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당시 17일 청문회에서는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가 대신 출석해 진정성이 부족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쿠팡은 이번 청문회 역시 김 의장 대신 외국인 대표와 임원을 내세워 책임을 빠져나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쿠팡 사옥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 의장이 빠진 청문회는 로저스 대표와 의원들 간의 ‘진실 공방’에 가까운 질의응답이 반복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로저스 대표는 답변 과정에서 동문서답을 내놓거나 통역 오역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회는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동시통역까지 준비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국회 통역이 아닌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의 통역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를 향해 “지난 17일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가 쿠팡 노동자 장덕준씨 사망사고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정말 모르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 자리에 오기 전에 한국어로 된 뉴스 기사를 제시 받아 읽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2020년 10월 23일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이 장덕준씨 산재 사망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쿠팡 법무실에서 로저스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긴급 메일을 보내 자료를 제출해도 될지를 문의했다”며 “이에 로저스 대표가 ‘이 업무가 얼마나 수월한지에 대한 주요 사항을 명시할 필요는 없겠나,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답했는데, 이 발언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 해지된 직원에 의해 제출된 것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등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산재 은폐 내용을 당시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로저스 대표는 “문서의 진위 여부가 부정확하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의원들과 주장이 엇갈렸고, 이 과정에서 언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셀프조사’를 통해 정부와 충돌이 생기더라도,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사해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목적이 고약한 전형적인 ‘법꾸라지’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 내부에서 유출자에게 접촉하고 진술을 받고 조사하라는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냐. 로저스 본인이냐”고 물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정부 기관이 쿠팡에 그런 지시를 했고, 지시를 따랐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다시 “정부의 지시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쿠팡 내부에서 누가 이 업무를 담당했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정부 기구가 지시했다. 왜 한국 정부는 한국의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감추고 알리려 하지 않고 있냐”며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설전이 반복되자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쿠팡측은 외국인 두명을 내세워서 국회의 청문회를 신종 방식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