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숫자에 자만하지 말라”…실적 개선에도 ‘위기 경영’ 주문

이재용 “숫자에 자만하지 말라”…실적 개선에도 ‘위기 경영’ 주문

기사승인 2026-01-25 10:55:36 업데이트 2026-01-25 12:00:30
중국 출장 뒤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다소 개선됐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긴장감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을 딛고 실적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해당 영상은 이달 초 이재용 회장이 소집한 계열사 사장단 만찬에서 처음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이 회장의 신년 경영 메시지로 보고 있다.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과거 언급한 ‘샌드위치 위기론’도 다시 등장했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기술 경쟁력 사이에서 한국 기업이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영상에서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현재 환경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이후 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다만 지난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 강화와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해 달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도 임원들에게 강한 위기의식을 요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세미나 참석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전달했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며 임원의 역할과 책임, 조직 관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되고 있다.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교육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