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태국·뉴질랜드서 철수한 GM…국내선 다른 길 갈 수 있을까 [흔들리는 한국GM②]

호주·태국·뉴질랜드서 철수한 GM…국내선 다른 길 갈 수 있을까 [흔들리는 한국GM②]

직영 센터 9곳 종료에 전문가 “공백 적을 것”vs“기술 축적 약화할 것”
세종 물류 갈등에 부품 공급 변수…현장 체감은 엇갈려
호주·태국 등 철수 전례와 닮은 장면들…한국GM은 ‘생산 거점 유지’ 시험대

기사승인 2026-02-05 06:00:11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인천 쉐보레 직영 정비사업소에서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정비부품 지회 조합원들이 쉐보레 차주들의 차량을 무상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진 한국GM의 국내 완성차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여러 차례 철수설이 돌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생산과 판매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 한국GM이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처음으로 직영 서비스센터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판매 이후를 떠받치는 서비스망과 부품 물류에서 동시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번 조치가 단순히 효율화에 목적이 있는지, 국내 사업 전략의 방향 전환 신호탄인지에 대해 업계 분석이 나뉜다.

직영 서비스센터 축소, 실제 체감 변화 클까

한국GM은 지난해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종료하고 협력 서비스센터 중심의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GM은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망을 통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직영 센터 축소가 곧바로 대규모 서비스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병일 자동차 정비 분야 명장은 “그동안에도 고난도 작업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리는 협력 정비업체가 담당해 왔다”며 “시설이나 장비 수준이 직영보다 나은 협력업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인 기술 대응 측면에서는 우려가 남는다고 짚었다. 박 명장은 “협력사는 개인이 운영하기에 이윤 추구가 우선된다. 고치기 어려운 차는 폐차를 권고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영 센터는 수익뿐 아니라 원인 분석과 기술 축적의 역할도 맡아 왔는데, 이곳이 없어지면 과연 누가 끝까지 차량 수리를 책임지고 해결할지가 불분명해 진다”고 설명했다.

한 GM 소비자 커뮤니티에 GM 사태로 인해 수리 정비가 어렵다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물류 차질, 단기 변수인가 구조 리스크인가 

특히 세종 부품물류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정비망 문제와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부품 공급이 지연될 경우 서비스센터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노사 갈등에서 비롯된 단기적 변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부품 유통 체계가 외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국GM 관계자는 “물류 차질로 고객 서비스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대차 지원과 부품 직배송, 재고 교환 등 대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물류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소비자로서는 수리 지연이 반복되면서 브랜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GM이 조직을 스스로 슬림화하며 서비스 인프라를 축소하면 소비자 체감 불편은 더 커질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현장 정비업체들의 체감도 엇갈린다. 여의도 인근 한 정비소 관계자 B씨는 “아직 부품 수급이 막힌 상황은 아니지만, GM 차주들의 전화 문의가 늘면서 불안감은 감지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타 정비소 관계자 C씨는 “현재로선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타격받기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가 서울 여의도의 한 정비소에서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수지 기자 

연쇄적으로 해외 사업 철수하는 GM, 한국은?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GM이 과거 일부 국가에서 사업 규모를 줄이고 철수했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GM은 지난 2020년 2월 호주와 뉴질랜드,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당시 GM은 직영 판매·정비망을 축소하고 딜러 및 협력 서비스망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에도 일정 기간 부품과 AS 제공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부품 수급 지연과 수리 대기 장기화 등 소비자 불편이 이어졌다. 

다만 이러한 사례를 한국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국가들은 이미 생산 철수나 브랜드 판매 종료가 공식화된 상태였던 반면, 한국GM은 현재까지 국내 생산과 수출 거점 유지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GM은 이번해 50만대 생산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아직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온 건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상황을 해외 철수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GM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각 500명, 1200명 인력을 줄인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별로 노동 제도와 시장 구조가 달라 사업 조정 방식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수 판매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중심 생산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향후 생산 물량 배정과 투자 계획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3일 공익 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수지 기자 

관건은 ‘생산기지’인가 ‘판매시장’인가

결국 관건은 한국GM이 한국을 장기적인 생산 거점으로 유지할지, 판매시장 중심 구조로 재편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판매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재 구조가 이어질 경우, 서비스와 유통 체계 역시 이에 맞춰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측은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나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정이며, 협력 서비스망을 통한 고객 지원과 국내 사업은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직영 정비망 축소와 물류 갈등이 일시적 진통에 그칠지, 중장기 전략 변화의 신호가 될지는 향후 생산 계획과 투자 방향을 통해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