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공천 불복 등 항의성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인사들이 앞다퉈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삭발 투쟁 같은 정치 행위는 2030세대에 소구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삭발에 나서고 있다. 김수현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세종시청 앞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김 예비후보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지체된 정의에 대한 분노를 깎아내는 것”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에서도 항의성 삭발을 하는 인사들이 대거 나왔다. 오준환 전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고양시장 경선 후보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머리를 밀었다.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제 몸을 걸고서라도 불공정 공천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삭발식을 했다.
이 외에도 박형준 부산시장(3월23일), 김영환 충북지사(3월19일), 이재준 전 고양시장(3월6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2월28일) 등이 최근 2개월간 공천 갈등, 법안 처리 등의 문제로 항의성 삭발을 감행했다.
한국의 첫 정치권 삭발은 1987년 박찬종 당시 신민당 의원이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머리를 밀며 시작됐다. 이후 1997년에는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김성곤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1998년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정호선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삭발에 나섰다.
부모에게 받은 몸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유교의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정신에 따라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는 행위는 극단적 결의와 자기희생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삭발은 2000년대 중반 이후엔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삭발을 두고 선거를 의식한 ‘일시적 퍼포먼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소 결단이 필요한 사안엔 나서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극단적 행위에 나서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삭발에 나서면서 결의를 상징하던 행위의 의미 자체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인식은 젊은층에서 더욱 뚜렷하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정수연씨(26·여)는 “정치인들이 바리깡으로 머리 깎는 걸 보면 솔직히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삭발 대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향유하는 문화에서 삭발은 결기를 다지는 엄중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머리를 짧게 깎는 ‘스킨헤드’ 스타일처럼 대머리나 삭발이 일종의 개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화적 차이로 세대 간 정치인 삭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신율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엔 군부 정권의 폭압에 맞서 머리를 많이 깎았다. 삭발은 옛날 방식이다. 문화가 다른 젊은 세대는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도 “무분별한 삭발이 정치권에서 사라지려면 상대를 설득할 가능성이 열려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의사 표현 외에 다양한 정치적 소통 수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