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보상명령 구제이익 확대, 근로자 권리보호의 새로운 전환점 [WORK & PEOPLE]

금전보상명령 구제이익 확대, 근로자 권리보호의 새로운 전환점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07-23 11:36:22 업데이트 2025-07-23 11:37:13
이재용 노무법인 천명 공인노무사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에게 실질적 구제의 길이 열렸다. 최근 대법원이 내린 판결(2025.3.13. 선고 2024두54683)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금전보상명령의 구제이익 범위를 명확히 해, 근로자 권리보호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지난 2007년 도입된 금전보상명령제도는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를 위한 대안적 구제수단이다. 해고 과정에서 회사와 근로자 간 감정적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복직보다는 금전보상을 선택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30조제3항은 이런 경우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 이상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를 운용하면서 발생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근로자가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했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취소하고 원직복직명령을 하면 구제신청의 목적이 달성됐다며 금전보상신청의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해왔다. 복직 명령과 함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면 복직 명령의 진정성이 인정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사례가 많았다.

명백한 모순이었다.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아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한 근로자가 부당해고가 인정되더라도 정작 사용자의 복직명령 진정성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직 명령 시 지급하는 임금 상당액은 해고일부터 복직명령일까지로, 근로자가 기대하는 판정일까지의 금액보다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회사들은 이 점을 악용했다. 성급한 해고 후 부당해고 판정이 예상되면 재빨리 해고를 취소하고 복직명령을 내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한 뒤, 복직 후 절차를 보완해 다시 징계 절차를 밟는 식으로 활용했다. 근로자는 원하지도 않는 복직을 강요받거나 무단결근으로 추가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불합리를 바로잡았다. 판결의 핵심은 금전보상명령의 구제이익이 사용자의 해고 취소나 복직 명령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임금 상당액 이상의 정당한 금전 보상을 하지 않는 이상 금전보상명령 신청의 구제이익이 소멸하지 않게 된다.

즉 사용자의 복직 명령과 근로자의 금전보상명령 신청의 선후 관계, 사용자의 복직 명령에 진정성이 있는지 등은 금전보상명령 신청의 구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회사들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실체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신중하게 갖춰야 한다. 성급한 해고 후 뒤늦게 취소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부당해고로 판정받으면 원직복직 여부와 관계없이 해고 기간 전체에 대한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전보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금전보상명령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근로자가 진정 원하는 구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근로자 권리보호가 한 단계 더 진전된 것이다.

글·이재용 노무사
노무법인 천명 공인노무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