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09 세계 피겨 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207.71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직후 ISU 공식 집계에 따르면 김연아는 이번 대회 우승 포인트 1200점을 포함해 총 랭킹포인트 4652점으로 세계랭킹 1위에 당당히 랭크됐다. 반면 이번 시즌 랭킹 1위였던 이탈리아의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2위로 밀려났고 랭킹 2위를 유지하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3위로 떨어졌다.
이날 김연아의 총점 200점 돌파는 새로운 채점제가 도입된 2002∼03시즌 이후 여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아사다 마오가 2006년 ‘NHK 트로피’에서 세운 199.52점이며, 김연아 자신의 최고점은 2007년 ‘컵 오브 러시아’에서 세운 197.20점이었다. 현장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김연아는 내일 한국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면서 “이번에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그동안 아무도 깨지 못했던 심리적인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기뻐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6.12점이라는 세계 피겨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얻은 24명 중 22번째로 아이스 링크에 올랐다. 당시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가 총점 191.29점으로 1위, 일본의 안도 미키가 190.38점으로 2위에 올라있는 상태였다.
여유있게 얼음을 가르고 나간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주 종류의 3회전 연속 점프)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연이어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2회전 반) 점프까지 안전하게 착지해 기세를 올렸다. 또 나무랄데 없는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이어 플라잉 싯스핀(날아올랐다가 회전)을 최고 난이도인 레벨 4로 돌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까지 완벽하게 뛰면서 총점 200점 돌파를 예감했다.
특유의 우아한 연기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사로잡은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우(3회전) 점프를 뛰려고 했지만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우(2회전) 점프에 그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템포를 놓친 김연아는 예정됐던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시작하려다 도입 부분을 놓치면서 콤비네이션 스핀으로만 연기를 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과제인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행했지만 결국 필수 과제인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빼먹은 결과가 되면서 마지막 과제 점수가 0점으로 처리돼 210점대 진입을 눈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도 김연아의 우승을 막지 못했고,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총점 200점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계선수권대회 세 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시상대에 오른 김연아는 애국가가 끝나자 눈물을 닦아내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여 또 한번 관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로스앤젤레스=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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