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 코치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가 치르기 전 ‘피겨 명예의 전당’ 헌정식에 참가해 다른 6명의 피겨인들과 더불어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으로부터 기념패와 메달을 받았다.
이날 빙상장 천정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오서 코치가 주니어 선수 시절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실전에서 뛰던 모습을 비롯해 1984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과 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영상이 비쳐져 큰 박수를 받았다.
만면에 미소를 짓던 오서 코치는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김연아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6.12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하며 다른 선수들보다 10점 가까이 앞섰지만 이전에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꿈의 점수’로 불리는 200점대를 돌파하며 우승하자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오서 코치는 “연아가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면서 “연아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아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았다. 오서 코치는 “다음 시즌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다음 시즌은 올림픽이 있는 만큼 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며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걀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김연아가 다음 시즌에도 활약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냐는 질문에 “계속해서 연아다운 모습을 보이면 된다”며 미소지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김연아의 연기력을 뒷받침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도 왔다. 윌슨은 ISU에서 코치용 경기장 출입증이 1장 밖에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관중석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전날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윌슨은 김연아의 모습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가 직접 경기장에 오는 대회에서는 보다 좋은 성적이 나오곤 했다.
윌슨은 “연아의 경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연아는 오늘 내가 만든 프로그램의 100% 이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연아와 함께 해 왔는데, 이번 시즌엔 완벽한 몸 상태를 바탕으로 매일매일 발전해 왔다”면서“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을 보니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발혔다.
윌슨은 특히 “연아는 단순히 선수가 아니라 예술가에 가깝다”면서 “예전에는 힘들어도 무조건 참고 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면서 피겨를 즐기고 있다”며 칭찬했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도 연아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느낀다고 말을 한다”면서 “너무 흥미롭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선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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