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단] 웰빙 외치는 한국인, 입맛은 여전히 짜다… 저염식 소비 열풍? 알고 보니

[단독 진단] 웰빙 외치는 한국인, 입맛은 여전히 짜다… 저염식 소비 열풍? 알고 보니

기사승인 2013-08-06 05:58:01

본지 집중 분석, 대형마트 매출로 본 소비자 제품 선호도 조사 결과

[쿠키 건강] “된장찌개 맛이 왜 이래? 간을 본거야, 맹물로 끓인 거야? 도무지 무슨 맛인지 원~” 퇴근 후 김현준(40)씨네 가족의 저녁식사, 여느 직장인들처럼 저녁쯤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 올만도 한데 남편 김씨는 늘 상 칼 퇴근이다. 요즘은 부쩍 저녁식사 투정까지 늘었다. 반찬 투정 한번 없이 한 그릇 뚝딱 해치웠던 예전의 남편은 온데간곳 없다.

잦은 남편의 잔소리에 아내 이영순(41)씨도 변했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이씨지만 남편의 잔소리 때마다 “차려주면 차려준대로 군소리 말고 먹을 것이지 무슨 남자가 잔소리냐”며 핀잔을 놓기 일쑤다. 남편의 잔소리는 저녁식사 시간의 평화로움을 깨고, 애써 저녁상을 본 아내의 수고로움까지 앗아가 버린다. 아내 이씨는 이게 다 저염·웰빙 식품 때문이라고 실토한다.

얼마 전 이씨는 짠맛에 길들여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찌개의 국물 맛을 냈던 고추장과 된장을 요즘 유행하는 저염 식품으로 바꿨다. 또 각종 나물 등의 밑반찬에도 소금을 빼고 거의 간을 하지 않았다. 김씨 가족의 저녁식사가 요란해진 이유다.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39㎎(2011년 기준)으로 국제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000㎎보다 높다.

김씨처럼 짜게 먹는 식습관은 당뇨병·뇌졸증 등의 심혈관질환의 원인이자 각종 합병증의 근원이 된다. 사회적으로 덜 짜게 먹는 웰빙 식습관이 열풍을 일으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유통업체들은 합동으로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저나트륨 식품 코너를 마련하고 저나트륨 레시피 등을 전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먹거리에서만큼은 거센 ‘웰빙바람’이 짜고 매운 맛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체가 저염·웰빙 식품으로 출시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눈길을 끌 뿐 매출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대형마트에서 철수하는 수모를 겪고 있었다.

본지가 단독으로 A·B대형마트와 C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웰빙·저염 제품들의 올 상반기(1월~6월)매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존 식품들보다 현저히 낮은 매출고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CJ제일제당에서 첨가물은 빼고 건강성분을 더해 출시한 ‘더 건강한 햄 저염’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됐다가 매출이 미비해 아예 철수했고 현재 생산도 중단했다. 오리온 마켓오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41.3%로 매출이 뚝 떨어졌다. 치즈시장에서는 동원F&B의 ‘덴마크 짜지않은치즈’ -22.7%, 서울우유 ‘유기농 앙팡치즈’가 -33.1%의 하락세를 보였다.

저염 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반 간장은 매년 50억원의 매출 성장을 보이는 반면 저염간장은 전체 매출이 20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성장률 또한 1억원(A 할인매장 기준 )에 그치고 있다.

고추장·된장 시장도 저염 제품의 매출이 미비한 수준이다. CJ·대상 등 장류업계 메인 업체들은 “저염 제품의 매출이 미비해 공개할 매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상황이 다 절망스럽진 않다. CJ의 ‘더 건강한 그릴비엔나’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사이 5.6%의 매출 시장을 이뤘고, 대상의 저염 캔햄 ‘우리팜 델리’도 9.2%(2013년 5월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원f&b가 2004년 출시한 ‘리챔’의 경우 편의점 매출만 전년 동기대비 260%가 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시장진입이 빠른 리챔을 제외하곤 대부분 마니아층의 구색 맞추기 상품정도로 해당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할인마트와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저염·웰빙 시장은 입점 유통업체가 많지 않은데다 소비자들의 구매도 저조해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짠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쉽게 바꾸기가 쉽지 않고, 소비 규모가 큰 B2B 시장에서도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짠 맛에 오래 길들여져 있는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듯 소비자가 즐겨 찾는 식품이 되기까지 저염·웰빙 식품도 오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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