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에선 4번 타자의 존재감이 시리즈 전체의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1차전은 4번 타자 맞대결에서 압도적이었던 넥센의 4대 3 승리로 돌아갔다. 넥센의 4번 박병호는 팀의 득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박병호는 1회부터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두산 마운드는 박병호를 피해가느라 바빴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고의사구를 얻어낸 박병호는 팀이 2-2 동점을 허용한 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다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그리고 이어진 2사 2루 상황에서 이성열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다시 팀에 리드를 가져왔다.
이때까지는 박병호가 직접 나섰다면 9회에는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도 경기를 지배했다. 두산 마무리 정재훈은 2사 2,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3번 이택근과 정면 승부를 벌였다. 바로 뒤에 4번 박병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였던 이택근은 적시타를 날렸다.
두산이 박병호 때문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반면 넥센은 상대 4번 타자 김현수에게 어떤 위압감도 느끼지 못했다.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기록한 타율 0.345 3홈런 14타점의 데이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나이트를 상대로는 2루타 3개 포함 11타수 10안타 5타점 3볼넷으로 ‘천적’으로 불렸지만 이날은 나이트의 유인구에 매번 말려들었다.
사실 김현수는 올해 주로 3번 타자로 출전해 383타수 121안타로 타율 0.316, 16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4번 타자로는 49타수 10안타 타율 0.204에 7타점을 기록했다. ‘4번’이라는 부담감이 기록에서 드러났다. 두산으로서는 올 시즌 부상으로 지난 5월 시즌을 접은 김동주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대장곰’ 김동주는 넥센의 박병호처럼 상대 마운드를 압박하는 아우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병헌-김현수-홍성흔으로 이어지는 두산 클린업 트리오의 성적은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 보다 못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올 시즌 합작한 홈런이 40개로 박병호 혼자 때린 37개보다 겨우 3개 많다. 확실한 한 방으로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4번 타자의 부재가 아쉽기만 한 두산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