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12위 부진…도대체 왜?

이승훈 12위 부진…도대체 왜?

기사승인 2014-02-09 01:48:00

[쿠키 스포츠] “죄송합니다.”

9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가 끝난 뒤 이승훈은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다리던 한국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코치진과 함께 믹스드존을 빠르게
지나갔다.

이날 당혹스럽기는 이승훈이나 한국 취재진이나 마찬가지였다. 4년전 밴쿠버올림픽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쳤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개인 최고 기록인 6분07초04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세계 최강’ 스벤 크라머(6분10초76)를 비롯해 얀 블로크후이센(6분15초71),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밴쿠버 대회에서 이승훈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크라머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네덜란드 선수 3인방은 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리고 이승훈은 오렌지 군단의 천하를 막아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선수로 꼽혔다. 크라머가 금메달을 가져가고 이승훈이 세계랭킹 2위인 베르그스마와 함께 은메달을 다툴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이날 네덜란드 선수들은 가장 마지막에 스케이트를 탄 이승훈의 경기를 모두 주의깊게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날 이승훈의 컨디션은 눈에 띄게 둔해 보였다. 원래 이승훈은 초반 600m까지 다소 느린 레이스를 하다가 3000m 정도까지 랩타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리고 마지막 2∼3바퀴에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특유의 리듬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구간마다 랩타임이 0.4초 내외의 큰 차이를 보이는 불안정한 레이스를 했다. 결국 레이스 파트너인 독일의 패트릭 베커트보다 밀리고 말았다.

이승훈의 부진에 대해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네덜란드 3인방의 성적을 보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페이스를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렌지 군단의 독주를 막아낼 기회가 다시 오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열리는 1만m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이 빨리 이날 부진을 떨치고 1만m에 집중해야 한다.

소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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