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연아와 손을 잡은 오서는 4년전 밴쿠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 드라마를 합작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와 스페인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를 앞세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오서는 현역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4년 사라예보올림픽과 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각각 미국의 스콧 해밀턴과 브라이언 보이타노에 밀려 2연속 남자 싱글 은메달에 그쳤다. 특히 홈에서 열린 캘거리올림픽 당시 남자 싱글은 ‘브라이언의 전쟁’으로 불리며 초미의 관심을 모았는데, 금메달을 놓친 그가 “죄송합니다, 캐나다”라며 울먹이던 모습은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래서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 시상대의 정상에 서자 미국과 캐나다 언론은 “오서가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며 높은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와 오서의 인연은 밴쿠버올림픽 이후 끝이 났다. 결별의 원인을 놓고 서로 공방전까지 벌이던 둘은 현재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에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만나는 둘은 공교롭게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에서 압도적인 1위 후보이고, 오서는 자신이 지도하는 유즈루와 페르난데스가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부터 토론토에서 오서와 훈련하고 있는 신예 유즈루는 2012~2013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에서 각각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마침내 1위에 올랐다. 유즈루는 당시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99.84점을 받아 패트릭 챈(캐나다)의 이전 기록(98.52점)을 제치고 세계 기록을 다시 썼으며, 합계 293.25점으로 챈을 13점여 차로 따돌렸다.
또한 유즈루는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에서도 여유있게 1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오서와 함께 한 페르난데스는 2013, 2014년 유럽피겨선수권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스페인의 첫 피겨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으나 지난달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두 선수와 금메달을 다툴 유력한 선수는 오서의 조국 캐나다가 자랑하는 패트릭 챈이다. 2011~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챈은 캐나다에 첫 번째 남자 싱글 금메달을 안겨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도 다소 점프 난조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캐나다는 그동안 오서를 비롯해 엘비스 스토이코, 제프리 버틀 등 걸출한 남자 싱글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차지했지만 올림픽에선 번번히 금메달을 놓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서가 소치에서 유즈루나 페르난데스를 앞세워 금메달을 따면 과거 올림픽에서 2연속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풀 수 있겠지만 조국 캐나다에는 비수를 꽂게 된다.
금메달 경쟁이 치열한 피겨 남자 싱글은 오는 13, 14일 열린다.
소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