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로빈슨은 인종 차별이 여전히 심하던 1947년 4월 15일 흑인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브루클린 다저스(LA 다저스 전신) 단장 브랜치 릭키는 그를 데뷔시키며 “다른 선수와 관중들이 아무리 모욕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도 참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로빈슨은 상대 선수들의 위협성 플레이와 심판들의 편파 판정, 백인 관중들의 야유를 견뎌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로빈슨 덕분에 48년 로이 캄파넬라, 49년 돈 뉴컴베 등 흑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시작했고, 그가 은퇴할 무렵에는 전체 선수들의 절반 가까이나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를 넘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킨 로빈슨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데뷔 50주년인 97년 재키 로빈슨 데이를 처음 지정했다. 모든 구단에서 로빈슨의 등번호인 42번이 영구 결번됐고, 이날 선수들은 42번을 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 텍사스는 재키 로빈슨 데이인 4월 15일을 ‘추신수 데이’로 정했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합류한 추신수를 텍사스 팬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환영하는 자리다. 물론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와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은 모두 42번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팬들은 추신수의 등번호 17번이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거나 흔들었다.
로빈슨과 추신수는 60년 가까이 시간차가 있지만 개척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로빈슨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유색인종의 장벽을 깼으며, 추신수는 아시아인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아시아 출신 타자의 탁월함을 보여줬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추신수는 이날 1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때렸다.
텍사스는 왼손 선발 투수 로비 로스의 빼어난 역투와 타선의 고른 활약으로 5대 0 완승을 거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