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6개월 관습적 구분… 치료 보장성 발목 잡는다

난소암 6개월 관습적 구분… 치료 보장성 발목 잡는다

기사승인 2015-12-18 03:00: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난소암은 첫 번째 항암치료의 종료시점부터 6개월’을 기준으로 언제 재발했는지에 따라 약제와 건강보험여부가 결정된다. 최근 몇 년새 난소암에 대한 새로운 신약들이 나왔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백금 기반 항암요법으로부터 6개월을 기준으로 보험적용이 가능한 환자군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령 아바스틴은 6개월 이내 재발한 난소암 환자에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후 재발했다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엄격한 개월수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유무가 결정되다보니 진료현장에서는 재발 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저울질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한다. 익명의 한 의사는 “재발을 판단하는 몇 가지 검사방법이 있는데, 각 검사가 보여주는 재발시점이 겹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재발시점이 모호하고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첫 항암치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한 것으로 보고 건강보험적용을 받도록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난소암 재발시점 6개월 기준 달라져야

난소암에서 유병기간 6개월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첫 치료 후 6개월 이전 재발한 환자들은 악성도가 높고 6개월을 이후 재발한 환자들은 비교적 약제에 반응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개념이 수십년 전 설정된 개념이라 이를 토대로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보험적용 범주를 판단하는 것은 현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난소암을 진료하는 세계 의사들이 모여 재발시점을 6개월로 정의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공통적으로 재발시점을 다시 설정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임상적 또는 관습적으로 6개월 기준으로 재발시점을 나누는 것이 환자의 암치료 보장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난소암 치료에 사용 중인 아바스틴은 다른 항암제와의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에서 백금 기반 항암제 치료 후 6개월 미만 이내에 재발한 재발성 상피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아바스틴을 사용한 그룹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보였고, 임상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6개월 미만 이내 재발한 환자에 대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습적으로 설정한 6개월이란 절대적 기간 때문에 동일한 치료효능을 볼 수 있는 비슷한 기간 내 재발한 환자들이 보험의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5년 전 개념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것은 추후 보험등재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6개월이란 임상적-관습적 재발 기간에 대한 변화 요구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향후 재발시점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최근 나온 신약들은 생존기간 연장의 측면에서 혁신적이지 않지만 합병증 정도를 떨어뜨려 난소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문제는 약값이다. 6개월 이후 재발한 난소암 환자는 신약의 혜택을 누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토론회 나온 한 환자가족은 “한 병실 안에서 누구는 저렴한 값으로 신약을 맞고 배에 물이 차지 않고 평온한 상태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지만 누구는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어 앙상한 팔다리에 배에 복수만 찬 채 죽는 날을 기다린다. 극단적인 삶이 한 병실에 공존한다”며 재발시점에 따라 보험적용이 달라지는 의료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25년 전 도출되어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6개월이란 엄격한 재발시점이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보장성 마저 발목잡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emdia.co.kr
kubee08@kukiem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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