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희 칼럼] 다양한 연구에서 인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매우 낮다고 보고돼있다. 특히 70세부터 79세 사이 노인들의 알츠하이머 유병률은 같은 미국보다 4.4배 낮게 나타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60세에서 93세 사이 노인 1010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커리 섭취량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커리 요리를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커리를 가끔(한 달에 1회 이하) 또는 자주(한 달에 1번 이상) 먹는 사람은 인지기능을 알아보는 MMSE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우리에게는 ‘카레'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커리는 생강과의 식물인 강황(Curcuma longa Rhizoma)의 뿌리에서 유래된 향신료다. 우리나라에서는 카레라이스나 카레우동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음식의 재료로 애용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커리 요리가 존재한다.
강황 뿌리의 주성분을 투머릭(turmeric)이라 하는데 커리의 독특한 향과 노란색을 띠게 하는 물질이다. 인도 전역에서는 커리 요리의 원료로 사용되며 장수촌으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단무지의 착색 염료로 투머릭이 사용된다. 투머릭의 구성 성분중 가장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커큐민(curcumin)이며 커리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건강증진 기능은 커큐민에 의한 것이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커큐민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 노화에 동반되는 인지기능 감소의 위험을 낮추어준다. 이는 커큐민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과 신경독성물질인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전으로는 커큐민이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인 신경세포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촉진시켜 신경 세포 퇴행을 막는다. 실제로 커큐민을 투여하면 BDNF와 더불어 항산화 효소인 GSH농도가 증가한다. 최근에는 생체 흡수율을 개선시킨 커큐민 製劑가 건강 보조식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커리 성분은 스트레스 해소와 항우울 효과가 있다. 커큐민은 기분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도 억제한다. Phytotherapy Research라는 학술지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커큐민 투여로 주요 우울장애(우울증) 증상개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항우울제의 투여와는 다르게 커큐민은 독성이 적고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우울증 치료 요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어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한 만성 관절염 환자에서 염증반응을 억제해 통증감소와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 강력한 소염제인 ibuprofen에 버금가는 효과를 나타낸다. 다른 한 편으로는 크론병과 같은 만성 염증성 장염의 증상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커리의 커큐민은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NF-kB라는 물질의 활성화를 강력히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내 결과적으로 암세포 증식, 이상혈관 증식, 암세포의 전이를 막아준다. 또 대장암,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및 소아 백혈병의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커큐민 성분을 피부에 도포하면 피부암예방 효과는 물론 보습효과도 나타내기도 한다.
차가운 기온으로 야외 활동이 적어져 몸을잔뜩 움츠리기 쉬운 계절이다. 신선한 공기와 햇빛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진 만큼 면역력도 많이 저하되기 쉽다. 진한 커리 내음의 음식으로 입맛도 돋우고 면역력을 키우며 다양한 건강 증진 효과를 누려보자.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