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 정보에 따르면 서울대치과병원은 야간진료 또는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 병원은 야간진료를 하고 있고 2013년과 2014녀는 1200여명이 넘는 환자가 야간진료를 받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현행 의료법상 100병상 이상, 9개의 진료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에서만 응급실을 운영할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의 병상 수는 40병상으로 3차 의료기관으로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구강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 외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필요한 병상만을 갖추고 그 외 공간을 치과진료에 필요한 치과전용의자로 채웠다. 외래 환자를 위한 256대 치과전용의자가 이곳에 있다. 선진국에 어디에도 이만큼의 치과전용의자를 갖추고 진료하는 병원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대치과병원은 병상 수 기준에 밀려 구색을 갖춘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도 이대로 적자를 감수해야한다면 야간진료가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 응급실이 문을 닫을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간신히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야간진료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도 없이 운영하는 야간진료의 부작용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진료를 보는 것은 당직의사다. 그러나 진료비 수납을 도와줄 원무과 직원도 다음 진료예약을 잡아줄 인력도 없다. 의사는 환자에게 원무과 직원이 나오는 다음날 다시 찾아와 치료비를 납부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이 요청에 정직하게 응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치료만 받고 진료비를 떼먹는다. 현 교수는 “한밤중 치과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 중 음주자가 많다. 지나친 음주로 자제력을 잃고 넘어져 이가 다치거나 싸워서 이가 다친 경우가 많다. 맑은 정신으로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구두로 전한 진료비 납부에 응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원무과 직원이 없어 진료비마저 환자에게 떼먹히는 노릇이다.
한밤중에 다친 이를 붙잡고 찾아갈 병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현 교수는 “손상된 치아를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것은 영구적 손상 가능성을 높이고 다양한 기능적인 부분의 악영향을 주므로 조기 응급 처치 능력을 갖춘 병원으로 신속히 가야한다. 실제 일반 병원을 갔다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우리 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치과전용의자가 아닌 병실 침대수로 따지는 경직된 평가 구조 때문에 지원금으로 버틸 수 있는 야간진료의 운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치과진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병원의 척도로 사용되는 ‘병상수’를 치과병원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