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인 이천서 근무지인 용인까지 매일 한 시간씩 운전해 출퇴근을 했던 여성이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자, 재판부는 장거리 출퇴근해야하는 업무환경이 뇌출혈의 원인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출퇴근 환경이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가 있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크리스틴 호에너 교수팀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텍사스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출퇴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CRF)가 떨어졌으며,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 건강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에서 출근 거리가 15km 이상인 출퇴근자들은 일반인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았으며 특히 24km 이상 출퇴근자들은 각종 건강 지표가 대체로 나빴다. 지방과다와 비만, 운동부족일 확률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근무지까지의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운동 등 신체적 활동 부족과 이웃, 친구와 교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늦은 저녁식사, 수면부족 때문에 이와 같이 체중 증가와 운동 능력 감소,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통근이 우울증, 불안감, 사회적 고립감, 적대감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 장시간 출퇴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일수록 짧은 통근 시간을 가진 사람에 비해 수면의 질이 더 낮고, 더 많은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목과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조 교수는 “비타민을 복용해 피로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일수록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평소 만성피로나 뒷목이 당기고 손발이 저리거나, 출퇴근 시 두통, 어지럼증이 있을 때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상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매일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서서 이동할 때에도 몸의 중심을 바로 잡고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무릎과 발목을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