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이소연 기자]“어디 나가서 이 마을 산다고 하는 게 창피할 정도다” 1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한 빌라에서 진행된 토막시신 사건의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 김모(57·여)씨는 혀를 차며 말했다.
지난 10일 연수구에서는 주민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부도 토막 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의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조씨는 자신의 부모를 지속적으로 모욕했다는 이유로 동거인 최모씨를 살해한 뒤, 10일 동안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나눠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이 지역 일대에는 크고 작은 범죄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지난 12월 아동학대 전수조사의 시발점이 됐던 11살 맨발탈출 소녀 사건 역시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당시 학대를 받던 소녀는 16kg의 깡마른 몸으로 빌라 2층 배관을 타고 집을 탈출해 근처 슈퍼에서 구조됐다. 이번 토막살인이 발생한 빌라와도 멀지 않은 곳이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이 지역 원룸에서 남녀 4명의 동반자살 사건이 일어났고, 같은 해 11월에는 PC방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해주지 않았다며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PC방 종업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수구청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김병중 실무관은 “범죄나 치안 등에 다른 지역보다 취약한 부분이 있고, 강력 범죄도 종종 발생하기에 야간 순찰반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연수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정모(50)씨는 “이 근방은 강력 사건이나 자살, 불화로 인한 폭력사건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혜주(48·여)씨 역시 “자녀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밤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는 이 지역의 치안이 취약한 이유로 높은 인구 이동률과 주민 간의 소통 부족을 꼽았다. 형사정책연구원의 황지태 연구원은 “인구이동률이 높은 곳에서 범죄율이 높은 경향성이 있다”며 “무보증 월세 비율이 높은 것 역시 인구의 이동을 쉽게 해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광역시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연수동이 속한 연수구 지역의 무보증월세가구는 5121가구로 8개의 구와 2개의 군이 속한 인천지역 무보증월세 가구의 27%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5년간 연수구의 인구이동률 역시 평균 18%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30%를 웃돌았다. 2014년 전국 인구이동률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인구를 생각했을 때 이동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 연구원은 “주변 환경, 접근성 등이 동일한 조건에서는 주민소통이 부족한 곳이 좀 더 범죄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모(49)씨는 “몇 달 전에도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다. 썩어갈 때까지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이 지역에서 그런 일은 꽤 흔하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의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휴식, 대화공간이 없는 다가구 빌라 지역의 경우 주민 간의 소통이 부족해 우범 지역화 되기 쉽다”며 “주민들이 떠들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이러한 범죄 취약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기관이 지역에 토착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동체를 이끌어 갈 일종의 ‘빅맨(Big man)’의 존재가 소통을 가능케 하고 갈등과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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